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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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 승인 2017.07.0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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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생각하고 행동(行動)하자

▲ 최일중 성균관 전인
기파조(耆婆鳥)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인 새로 설산(雪山) 또는 극락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새로 기파, 기파가 라고 울기 때문에 기파조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몸뚱이는 하나지만 묘하게 머리가 둘이나 달려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다.
먹는 일, 잠자는 일, 보는 일, 듣는 일은 물론 심지어 생각하는 것조차 따로 해야 하는 비운을 타고난 것이다.
불경에 의하면 흰색 머리와 붉은 색 머리를 각각 가진 이 새는 처음에는 머리끼리 무척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주인이 맛있는 음식을 갖다주자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 붉은 색 머리의 새가 흰색머리의 새 몫까지 죄다 먹어버린 것이다. 낮잠에서 깨어난 흰색 머리는 잔뜩 화가 났고 그래서 복수를 할 요량으로 붉은 색 머리가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마실 물에다 독약을 타서 두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붉은 색 머리는 갈증이 나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고 예상대로 순식간에 독기운이 퍼져 붉은색 머리는 죽고 말았다. 얼마후 자신은 괜찮을 것으로 믿었던 흰색머리도 온 몸이 서서히 굳어오는 것을 느꼈다. 비록 머리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 한 몸뚱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잠시라도 떨어져서 살 수 없는 피와 살을 공유한 기파조가 한 핏줄의 동료를 자칫 적으로 잘못 파악한 데서 엄청난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생각을 깊이 하지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경솔함이 큰 화를 일으킨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비둘기 한 쌍이 살고 있었다. 가을이 되어 숫비둘기는 익은 과일을 물어 날라 동우리에 가득 차게 만들었으나 햇볕에 건조해져서 과일은 절반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숫비둘기는 화를 내며 얼마나 고생하여서 물어온 과일인데 너 혼자만 먹어버려 하며 암비둘기의 말도 듣지 않고 암비둘기를 주둥이로 쪼아 죽여 버렸다. 며칠 후 비가 와서 과일이 본래의 크기로 불어오르자 진실을 알게 된 숫비둘기는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원통해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나가 버린 뒤였다. 아무리 원통해하고 뉘우쳐 본들 암비둘기를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
다음은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수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매력적인 인물로 빈틈없고 대담하며 한편으로는 노련한 전략가이자 정치가로 평가받는 조조가 있다. 그는 한 때 100만 대군을 이끌고 적과의 전쟁에서 싸우다가 대패한 적이 있다. 조조의 휘하에 있는 장군들이 죽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군사들 마저 뿔뿔이 흩어지자 조조는 간신히 목숨만 구하여 도망쳤다. 죽을 힘을 다해 도착한 곳은 그의 절친한 친구의 집이었다. 친구는 쫓기는 조조를 반갑게 맞이하고는 대문밖에 나가 주위를 확인한 뒤 뒷방으로 안내했다. 여보게 여기 있으면 안전할 걸세. 친구가 방을 나간 뒤 조조는 피로에 지쳐 잠에 떨어졌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 조조는 이상한 소리에 얼핏 잠이 깨었는데 슥슥슥하고 마치 칼을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놀란 조조는 친구가 누군가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잘 갈아야 돼 한번에 해치워야 하니까. 친구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칼가는 소리가 조조의 귓가를 맴돌았다. 겨우 목숨을 구했는데 여기서 죽는구나 믿었던 친구가 나를 죽여 적이 주는 상을 타려 하다니...
조조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뛰어나가 그 자리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벼렸다. 갑자기 조용해진 후 정신을 차린 조조는 숨을 몰아쉬며 되돌아서려는데 꿀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돼지소리였다. 한 마리 돼지가 쓰러져있는 친구 옆에 묶여 있었다. 친구는 조조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먼길을 찾아 온 친구를 위해 돼지를 잡으려 한 것이었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자신의 속단을 후회하며 통곡하였다. 조조는 친구의 도움으로 절박한 위기에서 벗어났는데 자신은 그 고마운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말았으니 이 얼마나 배은망덕하고 통탄할 일입니까?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이나 분노는 이렇게 엄청난 일을 자초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한 순간의 분노 때문에 스스로 큰 잘못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앞뒤 생각없이 순간적인 감정으로 불쑥 저질러버리는 행동은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처럼 정확한 상황판단 없이 행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더 많은 것을 읽기 전에 그런 행동은 고쳐 나가자. 한번 더 생가하고 행동하는 신중한 사람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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