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임정규(광주 풍암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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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임정규(광주 풍암고 2학년)
  • 장강뉴스
  • 승인 2017.06.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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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소체험 하루 하루가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추억

▲ 임정규
나는 수련회 당일. 평소였다면 꿈나라에 있을 이른 새벽,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스스로 일어나 가방부터 확인한다. 갈아입을 옷은 충분하겠지. 캐리어에 담는 게 더 편할까. 혹시 빠트린 건 없겠지. 키 큰 고등학생이지만 마음만은 소풍에 들떠있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설레고,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집합 장소로 가는 길도 같은 나무, 같은 거리, 같은 풍경이지만 오늘만큼은 새롭게 느껴진다.
강진에 도착해 점심식사 전에 가우도 출렁다리를 경유해 섬을 반 바퀴 정도 돌았다. 도시와는 좀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수목이 많이 우거지고, 바닥에 쓰레기 하나 없이 자연 보전이 잘 되어 있었다. 공기가 맑고 바람도 선선하니 딱 걷기 좋은 날씨였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점은 섬을 에워싼 바다의 짠 내가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바다와 숲이 빚어낸 멋진 풍광을 즐기며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걸을 수 있었던 짧지만 힐링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푸소체험 농가로 가기 전, 동원 치즈 공장을 견학했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 우유도 굳혀보고, 막 만든 따뜻한 치즈를 친구들끼리 쭉 늘려보기도 하였다. 단연 그중 제일은 내가 만든 치즈를 직접 먹어보았던 것이었다. 따뜻하고 쫀득쫀득한 것이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맛이었다.
저녁은 삼겹살 숯불구이를 먹었다. 우리조원 5명이 직접 장작을 패서 연료를 구했는데 이 장작패기 체험이 가장 재미있었던 체험 ‘탑-3’중 하나였다. 마트에서 파는 그런 자잘한 숯이 아니라 정말 내 허벅지 보다 2배는 두꺼운 참나무를 쇠도끼로 직접 팼다. 농가 삼촌, 이모와 함께 식사를 하고 삼겹살이 익는 동안 날이 저물어 가고 훈훈하고 인심 넘치는 시골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단 한마디의 과장도 없이 정말 지금까지 먹었던 삼겹살 중 가장 맛있었다.
수련회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못다 팬 남은 장작을 패기도 하면서 오전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돼서는 삼촌과 차를 타고 여러 곳을 놀러 다녔다. 키위농장에 가서 키위를 키우고 수분시키는 방법도 배우고, 무화과밭에 가서는 하루에 5㎝씩이나 쑥쑥 자란다는 나무들을 보고 딸기 밭에 가서는 잘 익은 싱싱한 딸기도 직접 따 먹었다. 와! 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던 곳은 녹차밭이었다. 보통 녹차, 녹차밭 하면 보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보성, 강진 이 두 곳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저녁을 먹고 연등을 날리러 출발하는데 7명이 승합차에 타기는 너무 좁은 것 같다며 삼촌께서 트럭 뒤편 화물칸에 우리를 태워주셨다.
떨어지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트럭이 개조되어있어 공원에 가는 동안 뒤편에 서서 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좋은 공기도 마셨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동네 시끄럽게 모두 소리 지르고 난리가 아니었다. 이게 가장 재미있었던 체험이었던 것 같다. 공원에서 중간에 추락했던 연등을 날리고, 산책도 하고 다시 돌아오는 늦은 저녁에는 밤하늘의 별도 보았다.
마지막 날, 떠나기 전 아쉬움을 푸려고 나는 씻고 나서도 땀을 흘리며 남은 장작을 팼고 친구들 모두가 소구경 논 밭 구경도 하며 산책을 했다. 그런 모습에 이모께서 집합하기 전 차를 타고 운치 좋은 갈대밭을 구경시켜 주셨다. 강진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한 경치 좋고 의미 있는 곳이었다.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수련회, 현장체험 활동에서 항상 빠져있어 뒤편에 남아있던 나에게 이번 수련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공부하고 책만 보던 학교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체험도 하고, 고민거리가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정말 하루하루가 잊혀 지지 않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한 살 더 많은 형이라 불편했을지도 모르지만, 살갑게 대해주고 챙겨주던 승배, 유준이, 창훈이, 상엽이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매 끼니 챙겨주시느라 고단하셨을 이모, 다섯 말썽꾸러기를 잘 보살펴 주신 삼촌, 그리고 2학년 전체 사고 없이 무탈하게 인솔하느라 애써주신 담임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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