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 ①김재원(장흥귀족호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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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 ①김재원(장흥귀족호도박물관장)
  • 임순종 기자
  • 승인 2017.04.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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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장흥 귀족호두 맥을 이어온 ‘호도명인’
 

김재원 귀족호도박물관장

▲ 김재원 관장

‘문화·예술·역사로 승화시킨 감성 임업…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성공’

■선비의 명상과 건강 돕는 ‘최고급 호두농업’ 식용호두 아닌 손 운동 호두 ‘승부’

▲ 귀족호두 6각
귀족호두가 단순히 손 운동을 위한 노리개에 그치지 않고, 장흥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지닌 최고의 향토자원으로 승화시킨 ‘호두명인’ 김재원(60) 귀족호도박물관장.
20여년 전 1997년 IMF 사태를 피부로 느낀 김재원 관장은 현재가 아닌 30년 후 미래를 생각하며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그가 선택한 것은 임·농업의 6차 산업을 위해 식용호두가 아닌 손 운동 호두였다.
이렇다 보니 주위에서 먹지도 못하는 호두로 돈을 벌겠냐는 비아냥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처럼 김 관장의 뚝심이 발휘됐다.
장흥호두를 문화·역사·예술과 접목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장흥 호두는 우리가 흔히 먹는 식용 호두가 아닌 후피(厚皮)호두로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며 주름과 골이 깊다. 선조들이 300년 전부터 손 운동, 지압용으로 사용했으며 명맥이 이어져 왔다는 점을 착안해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귀족호도’라는 상품을 개발해 전국을 넘어 세계에 명성을 알리고 있다. 이렇듯 30년 후 미래를 생각하며 끈기와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2002년 국내·외 최초로 임업관련 사립 전문 등록박물관인 ‘귀족호도박물관’을 개관·운영하면서 귀족호두의 영구적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1ha의 단지를 조성, 계획에 따라 전국 유일 귀족호도박물관으로 변신시켜 연간 2억원의 소득을 올리며 6차 산업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김 관장은 국내 최초로 귀족호도나무를 직접 생산하면서 제조부터 유통, 전시, 체험, 축제행사로 이어지는 6차산업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농업이 6차산업으로 가야 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25년전 농업이 6차산업으로 갈 것을 김 관장은 어떻게 알고 준비했을까.
김 관장은 농업의 한계점을 본 것이다. 열심히 땀 흘려 생산해도 이것 빼고 저거 빼며, 남는게 없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농업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도화선이 돼 농민들이 잘사는 농업을 만들어 보자는 신념이 사명감이 되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거기에 ‘선구자적 개척정신으로 남이 밟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재원 관장은 “우리 농업을 문화·예술·역사로 승화시키는 감성농업으로 착안한 것은 통찰력과 혜안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며 “임·농업도 어디로 갈 것인지 예측해야 된다. 이런 예측없이 시작한 사람은 무조건 망한다” 고 설명했다.
이어 김 관장은 “농업의 패러다임은 미래지향적 융복합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무엇을 팔기를 고민하기 보다는 왜 팔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며 “역사와 문화, 건강을 담는 상품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관장이 성공한 이유는 300년 명맥을 이어온 장흥호두만의 문화, 스토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힐링과 건강이 한 몫 했을 것이다.
김 관장은 “귀족호도의 3대 아름다움은 ‘연륜의 미’와 ‘기다림의 미’, 두 알이 비슷해야 하는 ‘조화의 미’를 꼽는다”며 “지역 특산품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역사로 승화시킨 감성 임업 / 감성농림업 + 감성예술…철저히 준비한 결과

▲ 귀족호도박물관 찾은 학생들
김재원 장흥호도박물관장은 6차 임산업을 위해 ‘확장과 성장의 10년, 내실과 성장의 10년, 안정과 성장의 10년’ 30년 중장기 계획을 세워 연구실 내 한켠에 걸어두고 실천해 왔다.
김 관장은 “6차 산업이 감성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며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어 “1차 산업은 재배생산이다. 2차는 가공이며 3차는 서비스마케팅이다. 1~3차를 복합해 경영하는 농가는 훌륭한 농가요, 모범 농가이고, 선도 농가이고,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1~3차 산업을 복합경영해도 소득이 여의치 않으니 6차 산업이 나온다” 고 강조했다.
김 관장이 15년 걸친 자료수집과 3년이라는 집필 끝에 지난 2014년 호두관련 국내 최초 학술과 규범집 ‘장흥 귀족호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장흥귀족호도’ 책자는 호도와 관련한 향토문화에서 시작해 호도를 제대로 보고 놀며 즐기는 법, 호도의 재배와 가공 등 장흥 호두의 모든 것을 담아 농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로 보고 있다. 또한 호두문화와 역사를 학술적으로 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관장은 2003년 세계농업기술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 대한민국 공예대전 입선, 2016년 자랑스런 임업인상 수상, 2016년 전남 도민의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 귀족호도 생산

■손 운동 호두…먹지도 못하는 호두 그러나 몸 건강에 더 좋아
                                          '귀족호도박물관, 한 알 1억원 호가하는 ‘호두’ 있어'

▲ 귀족호도박물관 실내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흥에서만 생산되는 손 운동용 호두는 예부터 귀했다.
그래서 붙인 애칭이 ‘귀족’이다. ‘귀족’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호두를 손안에서 굴리면 손끝 말초신경을 자극해 전신피로회복과 수전증,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어 일명 ‘효 호두’로 알려져 있다. ‘귀족호도’는 특허청에 상표등록되어 있다.
손 운동 호두를 손에서 굴리면 손의 감각운동기능과 관련된 뇌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노화를 예방한다. 손 운동 한 쌍이 최소 1만원에서 1억까지 하는 것이있다.
귀족호도는 옛 고에 달월(胡), 세월을 의미하는 ‘늙을 호’로 이야기한다. 귀족호도 박물관에서는 ‘장수 호’로도 이야기 한다. 거북등 같이 생겨서 호도를 가지고 있으면 건강도 좋지만 장수한다.
장흥귀족호도박물관에는 가격이 저렴한 일각부터 1억원이 넘는 ‘육각 흥화’ 호두가 전시돼 있다. 비매품으로 양각 정일품 500만원, 사각 300만원, 삼각 100만, 전 세계적으로 딱 한 벌밖에 없고, 세계적 천연기념물, 세계적 국보급인 육각 흥화 이것은 1억원이 넘는다.
육각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국보급 호두이다.
장흥 향양리에 있는 ‘귀족호도박물관’은 장흥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마다 3만여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에는 양각, 3각, 4각 6각 등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의 귀족호두 전시판매장이 마련돼 있다. 300년이 넘은 원종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는데다, 매년 11월 둘째 주 수요일에는 호두의 날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일각은 태양, 양각은 음양, 삼각은 천지인, 사각은 사랑, 오각은 대일품, 육각은 흥화라고 칭한다. 귀족호두는 보통 양각, 삼각, 사각 세 종류로 분류된다. 천지인을 의미하는 삼각부터 명품이다. 4각은 십자호두라고 해서 행운을 뜻한다.
양각은 정상에서 능선이 두 쪽으로 나뉜다 해서 양각이라고 하고 삼각은 세쪽으로 나뉘어서 삼각, 4각은 열십자로 돼 있다. 자연의 섭리와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가 다 양각으로 기본각이다. 음양원리로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낮과 밤을 뜻한다. 삼각, 사각은 돌연변이로 일부 나오기 때문에 매우 비싸다.
명품으로 판매되는 양각은 10만원부터 거래된다. 박물관에는 300만원이 넘는 호두와 비매품으로 1억짜리도 있다. 귀족호도는 10만원짜리 이상 명품은 매년 전체 생산량의 5%만 나온다. 예전에는 10만원짜리 이하 45%는 모두 땅에 묻었다. 그러나 지금은 보급형 관광상품으로 박물관을 찾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새로 시작한 사람들에게 1~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50%는 관광상품도 안되고 정말 볼품없는 호두들은 핸드폰, 열쇠고리, 브러치, 마고자, 목걸이, 귀걸이, 염주 등 공예품, 악세사리로 만든다. 호두 1004개를 붙여 만든 호두 대장군, 백제시대에 옥으로 만든 호두, 호두로 잔을 만들어 썼던 도배잔 등도 전시돼 있다.
호두는 사람 두뇌하고 닮았다. 슬라이스로 귀족호도를 절단해 보면 매우 아름답고 창호문틀 모양처럼 보인다. 모든 지구상의 디자인은 호두열매에서 나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 김재원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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