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인공 15 -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김경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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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인공 15 -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김경순 할머니
  • 조창구 기자
  • 승인 2017.02.12 15: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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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 된 시어머니 53년간 봉양한 76세 며느리 김경순 할머니

청각장애 시어머니 ‘손짓 발짓 의사소통…53년간 한결같은 효심’
김 할머니 ‘협심증수술, 허리수술, 무릎관절수술’ 통증약으로 버텨
김경순 할머니 “건강이 좋지 못해 어머니 모시는 일이 걱정이다”

▲ 시어머니 김양금 할머니, 며느리 김경순 할머니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수명이 늘었다는 뜻일 것이다. 장수를 하게 하는데는 영양섭취와 의료기술향상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살이가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계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이 건강유지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사람이 장수하는데는 부모와 자식간에 오고가는 사랑과 정성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00세 이상되는 부모님을 모시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더구나 결혼해 남편을 만나 시부모님을 모시게 된 며느리의 입장은 어떠할지 궁금한 대목이다.
반백년 넘게 시어머니를 모시며 묵묵히 인륜의 도리를 다하는 며느리 부부가 있다.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에서 올해로 105살 되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6살 며느리 김경순씨 부부다.
1913년생인 시어머니 김양금 할머니는 강진군 최고령 어르신이기도 한다. 며느리 김씨가 22살에 시집와 시어머니 김씨를 모시기 시작했으니 고부의 인연 맺은지 반백년이 넘는 53년간 모시고 살아온 것이다.
며느리 김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건강이 좋지 못해 시어머니 모시는 일이 걱정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자식들에게 내려와 모시라고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남앞에서는 옷도 못벗는 양반인데 사는 동안은 모셔야지 으짜꺼시요”하는 걸로 봐선....
젊은 시절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깔끔했던 김 할머니였지만 자신의 몸이 약해지면서 집안에 구석구석 손길이 제대로 닿기에도 역부족이다.
▲ 76세 김경순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않아 병원을 찾았다
일흔 살을 넘으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며느리 김 할머니. 몸 이곳 저곳 아픈 곳 천지다. 2013년 협심증수술에 이어 이듬해엔 허리수술 1년뒤인 재작년엔 관절염으로 무릎관절수술까지 했다. 심장약이니 혈압약, 통증약 등을 먹어가며 버텨가고 있는 김 할머니의 처지가 안쓰럽다.
댁을 방문한 날도 김 할머니는 전날 마을회관에서 먹은 음식에 체했는지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집에 갖고 있던 약을 먹고도 차도가 없는지 토하고 결국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반면 시어머니인 김양금 할머니는 손주들을 잘 못 알아볼 때도 있는 등 정신은 간혹 왔다갔다 하지만 먹는 약도 없고 목소리는 정정하시다.
음식도 싱겁게 먹는 며느리 김 할머니와 달리 음식은 짜게 먹고 뭐이건 안가리고 드시는 스타일이다.
며느리 김 할머니는 “어머님을 모시는 일이 힘든 것은 없는데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보니 씻기고 목욕시키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도룡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는 이매산 문중 산지기였던 중매장이의 소개로 남편 한복섭(80)씨를 만났다.
친정집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김 할머니는 길쌈일외엔 바깥일은 않다가 트럭을 타고 구두재넘어 당시 비포장이던 신작로 길을 따라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농협과 공무원생활을 하는 남편을 대신해 집안일이며 스무마지기 논과 열마지기가 넘는 밭농사는 대부분 김 할머니의 몫이 됐다.
요즘과 달리 당시 사람손으로 농사 짓던 시절이었으니 꾸려가는 게 힘든 일이었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 105세 시어머니 김양금 할머니
시어머니 김양금 할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신다. 시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홀시아버지 밑에서 결혼생활해오다 69살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 부부와 살아오고 있다. 시어머니가 청각장애가 있다보니 입을 크게 해 말하거나 손짓, 발짓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며느리 김 할머니가 시집온 지 한참 뒤부터 듣는 걸 잘 못하게 됐다고 한다.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봉양해오고 있는 며느리 김 할머니 부부.
김 할머니는 자식들의 부모 봉양에 대해 물으니 “요즘 사람들 혼자 살다가 아프거나 하면 들어가 살까 편하게 살려고 하는 시대 아니냐?” 며 “혼자 살다 가야지 자식들이 모신다고 해도 의지할 생각없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남편 한씨는 “재작년까지 군에서 90세이상 어르신의 경우 집에서 모시면 5만원씩 지원을 해주었는데 그나마 없어져 아쉽다”고 부모봉양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마을사람들도 부모봉양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약을 달고 사는 며느리 김 할머니를 뒤로하고 나오자니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천륜을 팽개칠 수 없는 게 인간의 도리, 자식된 도리라고 하더라도 초고령 부모님을 모시는 고령의 자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 거동이 불편한 김경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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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영 2017-02-13 17:18:04
요즘 현실이 참어려운데 불구하고 정말 효심이 많으신분입니다 몸도 맣이불편하신데 고령에 시어머니 모시느라 효심이 지극 하시네요 힘내시구요 진심으로 응원해드리고싶어요 몸 건강하십시요

smj 2017-02-13 16:44:42
정말 대단하십니다. 효부이시네요.정말로!
사회의 귀감이 되시는 일이니 이런 분에게는 나라에서 상주셔야 하는거 아닐까요?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됐는데 뒤숭숭한 이시대 이런 따뜻한 기사가 많아졌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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