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구시골 양반의 행기뽀 전설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젊은 계집들 밑구멍만 파던 구시골양반이 집에 돌아오자
구시골댁은 꼬들꼬들 말린 고등어에 햇무 넣어 지지고
울타리 안 논사밭에서 속 든 배추 이파리 뜯고
통통하게 살 오른 가지 무침도 했다
헛기침만 연방 해대던 남편이
죽방대를 내려놓으며 밥을 먹으려고 보니
오랜 만에 집으로 외박 온 서방을 타박도 안 하는 마누라 낯빛이
물기도 안 마른 푸성귀처럼 보이고
황새기젓 토하젓 냄새는 또
바람 들 일 없었을 마누라 깊은 속처럼 고리고리하여
밥상이고 뭐고 가릴 것도 없이
헛방귀처럼 마누라랑 한 방
아구창 터지게 한 쌈
하고도 싶은 것이었는데
밥을 뜨려고 숟가락을
밥그릇의 그 오묘한 구멍으로 쓰윽 들이미니
쌀밥인줄 알았던
밥그릇 안의 흰빛이
행기뽀였던 것이다
허허참
허허참
이런! 이런! 하면서
시래기 꼴이 된 두루마기를 들고
다시는 안 볼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데
아무리 지 밥그릇이라고 숟가락부터 쑤셔 넣으면
어느 똥이 된장 노릇하겠오!
하는 말이 쌈장처럼 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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