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8
상태바
이대흠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8
  • 장강뉴스
  • 승인 2023.06.20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작시 - 첫눈에 가 보았습니다

당신은 내게 첫눈에 가자 했습니다 첫눈이 아니고는 숨겨진 마음을 꺼낼 수 없다고 붉은 마음을 재 속에 감춘 채로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철쭉꽃 같은 불씨를 주겠다고 하였지요 철쭉꽃 같은 불씨를 지닐 수 있다면 내내 봄일 것만 같아서 언 몸을 이끌고 첫눈으로 향했습니다

검은 흙 속 토란의 마음이 그러했을까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첫눈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빛나는 것들은 모두 함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바닷바람은 거세어서 손가락이 고드름처럼 얼어서 똑 부러질 것만 같았어요 바람 줄기 사이에 어쩌면 첫눈이 있을까요? 첫눈으로 가는 모든 길이 헝클어져 있어서 나는 도대체 첫눈으로 가고 있는지 첫눈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첫눈에 도착한다는 것은 시간을 오려서 하늘로 날리는 건데 구름처럼 먼 데서 누군가가 우리의 시간을 반죽하고 있었을 겁니다 땅을 오므려 공간을 뛰어넘듯 사랑은 시간의 주름을 아코디언처럼 연주하는 것이니까요

첫눈에 닿기 전에 당신은 철쭉꽃 같은 불씨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이 첫눈의 열쇠라는 걸 그 순간에는 몰랐습니다 죽어가는 내 몸이 당신이 내민 불씨에 살아나고 마침내 첫눈이 열렸을 때 나의 겨울은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대흠 시인
이대흠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