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향한 애틋함…보물 제1683호 지정
궁중 여인들 입던 법복 하피 따서 ‘하피첩’

하피첩은 붉은 노을빛 치마로 만든 서첩이란 뜻으로 1810년 정약용이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아들을 위해 쓴 편지를 모은 것으로,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부정이 잘 표현돼 보물 제1683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할 때,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다. 이를 잘라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들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부모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운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조선 실학의 대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1810년 7월 강진 유배지에서 쓴 ‘하피첩(霞피帖)’의 한 구절이다. 책 이름은 궁중에서 여인들이 입던 법복(法服) 하피를 따서 하피첩이라고 지었다.
그해는 다산이 경기 남양주 본가에서 강진으로 유배를 떠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오랜 세월 다산과 그의 가족은 서로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다산의 부인 홍 씨는 그에게 시집을 가면서 입었던 붉은 치마(紅裙·홍군)를 인편을 통해 보냈다. 부부의 젊은 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남편에 대한 애틋한 정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다산은 아내의 뜻을 헤아려 치마를 서책 크기로 자른 뒤 그 위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글을 남겼다.

가까이에서 살펴본 하피첩은 여인의 치마를 사용한 책답게 비단에 바느질을 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두 아들과 손자를 위해 총 네 권의 서책을 쓰다 보니 치맛감으로 모두 감당할 수가 없어 책 중간에 종이도 들어 있었다. 구름무늬에 박쥐를 그린 푸른색 표지의 한 권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표지와 내지를 합쳐 총 네 쪽에 걸쳐 당시 고급 종이로 통한 푸른색의 중국산 시전지(詩箋紙)를 특별히 사용했다.
민속박물관은 4개월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하피첩을 내년 2월쯤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장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