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여수
모든 것을 탕진한 뒤에 돌아가면 좋을 곳 같다
미련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을 것만 같은 여수
자기 생에 단 한 번도 밑줄을 그어보지 못한 자들이 가봐야 할 곳
거기에 가면 모두의 생에 수평선, 푸른 밑줄이 생긴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던 곳도 여수였다
여- 하면 내가 먼저 젖고
동백꽃처럼 달아올라서
그리움의 조급증이 있는 곳
추억의 헛가지인양
다만 동백이
제 목을 뎅강 잘라내는 오동, 오동도의 여수
카드 빚 내서
빚 갚아 주었더니
떠나버린 여자도 여수였다
그러나 여수
그래서 여수
그러므로 여수
내 생에 가지지 못했던 바람이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곳
어떤 접속어도 거뜬히 소화해내는
여수, 여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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