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못골
가뭄에 말라죽은 방울토마토는
한 달이 넘도록 붉은 열매를 쥐고 있었다
작두콩 열 알을 심어 싹이 다 났으나
꼬투리는 달리지 않았다
늙은 오이를 주렁주렁 단 물외는 죽은 나뭇가지를 휘감고 있었다
자전거를 끄집고 오는 뒷밭 노인은 성정이 사납고 욕심이 많았으나
남의 것을 훔치지는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노인은
남의 집 개에게 자주 돌팔매질을 하고 남의 집 뜰에 쓰레기를 버렸다
내가 환하게 인사를 하면
그도 환하게 인사를 했다
아파트가 야금야금 미나리밭과 벼논을 뜯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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