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구겨진 비닐봉지의 표정을 보면
무언가를 잔뜩 담아 온 비닐봉지를 구기고 나서 휙 버리려다가 그 표정을 보면
먹을 것 잔뜩 사 들고 와서 자식들 먹으라 해 놓고 빈 봉지처럼 놓여 있던 어떤 사내가 떠올라서
특별한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면
그 사내를 행려로 버리는 것만 같아서 멈춥니다
반듯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
무거운 짐을 담아내느라 구겨졌습니다
구겨지고 나니 더는 쓸데없다고 버림받았습니다
이쪽에서 부는 바람에 저쪽으로 쏠리고
저쪽에서 부는 바람에 이쪽으로 밀립니다
자리를 잡을 수가 없어서 날카로운 것에라도 닿으면 속절없이 찢깁니다
구겨진 사내의 몸에서 음식물 쓰레기 같은 말들이 새어 나올 것 같습니다
비닐봉지처럼 나 또한 헌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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