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송영건 선생과 떠나는 차(茶) 이야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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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송영건 선생과 떠나는 차(茶) 이야기③
  • 장강뉴스
  • 승인 2022.02.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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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송(蔎松)의 차 이야기
송영건 선생
송영건 선생

◇ 색·향·미를 넘어 차의 기운(茶氣)으로

사실 차를 하면서 차의 기운(茶氣)을 모르면 차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그 기운은 단순히 몸으로 느껴지는 기운을 뛰어넘어 정신에 미치는 기운, 즉 신체감각을 넘어선 기운까지를 말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로 이 루어진 중첩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넓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겨우 400~700nm 사이일 뿐이다.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을 넘어서면 적외선이 되어 우리의 눈으로 인지할 수 없고, 반대로 가장 짧아지는 보라색을 넘으면 자외선이 되어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다. 파장의 길이와는 역으로 에너지 값은 보라색이 가장 높다.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음대도 20~20,000Hz 범위 내에서 들을수 있을 뿐이다. 돌고래나 박쥐는 100,000Hz 이상의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고, 일부 고래들은 7Hz 이하의 초저주파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물질을 잘게 잘게 계속해서 분해해 가다보면 어느 순간 비물질의 상태가 된다 한다. 눈에 보이는 형태는 사라지고 에너지와 정보만 남게된다.

氣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소통하는 도구이자 통로이다.

사람이 죽게되면 몸은 분해되어 사라지고 영혼이라는 것이 남게 되는데, 수학적으로 기(氣)는 10의 -27승, 영혼(靈魂)은 10의 -45승 상태라 한다.

차 생활을 잘 한다는 것은 차의 色香味를 넘어 茶氣를 감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으로 알고 느끼고 감사하고 건강하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 神→氣→血

물질세계는 선행된 精神(의도)에 의해서 움직이며 변화한다.

먼저 마음(精神)이 움직이고 뒤이어 기(氣)가 움직이며 기가 움직이는 곳으로 혈(血)이 따라간다. 마음이 먼저이다. 그리고 물질이 움직인다.

먼저 머리로 설계도가 그려지고 물질적 건물이 지어지는 것과 같다.

불가(佛家)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듯이,그리하여 이 세상은 자신이 마음 먹은대로 펼쳐지게 된다..

여러분의 집게 손가락 끝이 가시에 찔렸다고 가정해 보자. 아픈 손가락으로 마음이 먼저 득달같이 달려가고, 그 뒤를 기가 거의 동시에 쫓아가며,연이어피가 손쌀같이 따라가 침입한 균과 싸우고 방어하며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우리 몸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氣)가 온몸을 에워싸 방위하면서 몸속 피가 잘 돌게 하여 생명을 유지하게 한다. 이를 한방에서는 위기영혈(衛氣榮血)이라 하여 기(氣)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에 관해 쓴 옛 서적이나 선비들이 쓴 다시(茶詩)들을 살피다 보면 차의 신령한 기운을 언급한 대목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다.

우선 동다송(東茶頌) 제2송 끝에 『천선인귀구애중 지이위물성기절(天仙人鬼俱愛重 知爾爲物誠奇絶』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풀어쓰면 「하늘과 신선과 사람과 귀신이 다 차를 중히 여기고 사랑했나니, 네 성실하고 신기로우며 빼어난 물성을 알겠노라.」이다.

여기서 하늘과 신선과 귀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로써 차의 물외적(物外的) 측면인 다기(茶氣)를 강조함으로써 차를 탈속하고 신령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에 제(祭)를 지낼때 차를 올림으로써 차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매개고리 역할을 하게 하였다.

지금도 우리에게는 명절때 차례(茶禮)를 올린다는 말로 남아 있으나 그 자리에서 차는 빠지고 술이 올라감으로써 차례(茶禮)가 아닌 주례(酒禮)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 되어 있다.

앞으로는 차를 가까이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만이라도 맑고 향기로운 차를 올림으로써 하늘과 선인과 귀신이 감동하는 차례를 지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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