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화 시민기자의 「이웃이야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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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화 시민기자의 「이웃이야기」②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1.08.30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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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 두 형제와 어린 조카 ‘세 남자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유치면에 사는 천사 한 분 ‘김치와 밑반찬 만들어 주고, 남편은 집안 고쳐줘’
세상을 떠난 두 형제의 큰형, 마지막 말 “엄마 나 등에 파스 좀 붙여줘”

봉미녀와 시각장애인 두 형제
봉미녀와 시각장애인 두 형제

시간에 맞추어 어려워도 주머니 털어 실천하는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8월은 장흥 유치면에 사는 봉미녀(봉사에 미친 여자/본명 이현지)의 이웃을 찾아갔다.

눈이 먼 두 남자와 큰형이 남기고 간 아들 한 명, 이렇게 세 남자가 사는 집을 찾았다.

한 명이 바닥에 깔고 자는 요가 없어 맨바닥에 자고 있다는 봉미녀 말에 여름 이불 세 장과 두꺼운 요 패드 한 장 그리고 친환경 소모품을 준비했다.

봉미녀를 통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친근감이 들고 그분들 역시 의외로 밝고, 명랑하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두 형제를 돕고 있는 이웃 천사들
두 형제를 돕고 있는 이웃 천사들

시각 장애인 두 형제와 어린 조카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연을 들어봤다.

“엄마 나 등에 파스 좀 붙여줘”

밤사이 하늘나라로 떠난 큰 형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남겨진 눈먼 두 동생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처음에 외할아버지가 야맹증이었는데….

그가 낳은 딸이 다시 야맹증을 물려받은 채 결혼을 해 삼 형제 자식을 낳았다.

큰형은 눈이 괜찮았고, 나머지 두 형제는 처음부터 시력을 상실한 불운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머니 역시 나이가 드니 희미하게 보이던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찍 삼 형제를 놔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큰형 생전 모습
큰형 생전 모습

그나마 눈이 보이는 큰형이 가장이 되어 어린 나이에 가정을 책임지게 되어 죽기 전까지 힘들게 노동일을 하면서 가족을 돌보았다.

죽은 큰형은 용접 일을 했는데, 용접 불빛이 눈에 자극이 되어 일을 계속하다 보니 큰 형 역시 눈이 점점 안 좋아졌다.

그러나 직장을 잃을 두려움이 더 컸다.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눈이 불편한 것도 숨겨 가면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 여기저기 불편한 눈으로 노동자로서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등이 아파 파스 한 장 붙여 달라는 마지막 가슴 아픈 한마디만 남긴 채 먼 곳으로 영영 떠나 버렸다.

큰형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2년 후 그들의 어머니마저 혈액암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 병원 한번 제대로 못 가보고 큰 형 뒤를 따라갔다.

기구한 운명은 이들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형제 중 동생이 현재 목(성대)에 종양이 생겨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며 형은 “동생 눈도 안 보이는데 목소리까지 안나오면 어떻게 하냐”며 비통해 했다.

두 형제와 어린 조카들의 사연을 듣고 있다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어떻게 한 가정에 이렇게 큰 시련을 주는지 눈물이 나왔다.

“친구야! 어떻게 해서 이 집을 이렇게 오랜 세월 돌봐 주게 되었니?”

궁금해서 물었더니 “응 큰형이랑 친구야. 근데 친구 하자고 약속한 며칠 후 홀연히 말도 없이 먼저 가 버렸어….”

그녀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니 나도 따라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봉미녀는 경북에서 장흥으로 와서 23년 전에 장흥에 사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이 마을에서 남편과 그녀는 죽은 큰 형과 친구의 연을 맺었다고 한다.

“좋은 친구 한 명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동생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버렸어…. 그 뒤로 어머니

두 형제의 어린 조카랑 '부모랑 체험 학습'에 함께한 봉미녀
두 형제의 어린 조카랑 '부모랑 체험 학습'에 함께한 봉미녀

도 돌아가시고 눈먼 두 동생과 어린 조카 이렇게 세 명이 힘들게 살고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체할 수 있겠어” 정말 그때는 막막했다고 한다.

그들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조그마한 논에 봉미녀는 남편과 함께 그 오랜 세월을 변함없이 말없이 도와주고 있었다.

논둑 작업부터 모심고 길러 탈곡까지 해서 저장고에 넣어 주고 남은 쌀은 적은 돈이지만 살림에 보태 쓰라고 쌀을 팔아 돈까지 건네준다고 한다.

세 남자가 일 년 동안 먹을 쌀을 준비해 주는 것이다.

그녀의 논농사만 해도 힘들고 바쁜데….

그 날 나는 그 집에서 한 명의 천사를 만났다.

우리가 나오려고 하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집으로 들어오시길래 나는 궁금해서 누군지 물어보았다.

시각 장애인 형제들을 위해 일년 먹을 고추 농사와, 표고버섯 작업하는 봉미녀와 천사
시각 장애인 형제들을 위해 일년 먹을 고추 농사와, 표고버섯 작업하는 봉미녀와 천사

옆 동네 사시는 분인데(저번에 이야기 한 그분이구나 나는 직감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려 반찬을 해 오신다고 한다.

안 그래도 어떻게 음식을 해 먹을까 계속 걱정을 하고 있던 나는 그분이랑 서서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김치도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밑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가신다고 한다.

이분 남편은 방과 허름한 창고 사이에 마루를 만들어 주고 창고도 다 고쳐 주고 불편하지 않게 도와주었다고 옆에서 봉미녀가 귀띔을 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는 세 남자가 먹기에는 부족 하다고 천사 이00 님이 이야기했다.

더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카가 집에 있을 때는 삼촌들의 눈과 발이 되어 주지만, 학교에 가면 두 남자가 밥은 어떻게 더듬더듬 밥통에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반찬을 만든다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왜냐하면, 방문하기 전 그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집에서 두 눈을 감고 밥을 먹어 보았다.

밥을 먹는 것조차 어려웠다. 보이지 않으니 밥과 반찬을 집을 수도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시각 장애인 형제들을 도와주기 위해 해마다 감자, 가지, 배추, 고추 농사지어 전달.
시각 장애인 형제들을 도와주기 위해 해마다 감자, 가지, 배추, 고추 농사지어 전달.

방문 한날 바로 면사무소에 찾아가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호소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두 눈과 바꿀 수는 없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고 봉미녀를 만나 같이 의논했다.

그냥 일회성으로 그치는 그런 방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꾸준히 줄 방안을 모색했다.

5년 전에 장애인 등급을 받았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약간의 그림자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할 정도였다고 한다.

1~2년 전부터는 더욱 상황이 나빠져 이제 아예 그런 감지도 못한다 하니, 장애인 판정 등급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재검사받는 것도 관계자를 만나 알아보고, 여러 가지를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산과 자연이 살아 있는 고장 장흥 유치면은 봄이면 표고 작업으로 다 들 한창 바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두 남자를 차에 태우고 표고 작업도 다녔다고 한다.

“친구야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표고 작업을 할 수 있어?” 그녀가 말하길 “맞아, 일하기는 불가능하지, 오죽하면 그리 했겠어. 돈 좀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었어”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앉아서 하게끔 하고(더듬더듬) 천사 이00 그분이 옆에서 도와주고 봉미녀가 도와 어떻게 돈을 만들어 주었다 한다.

과거를 회상하는듯한 심각한 표정과 함께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사고(골절)도 몇 번이나 생겨 업고 병원도 가고 그랬어”

시각 장애인 형제 집에 와 청소 및 설거지도 해주고 고추 농사도 도와주고, 직접 키운 수박을 다정하게 나누어 먹는 봉미녀.
시각 장애인 형제 집에 와 청소 및 설거지도 해주고 고추 농사도 도와주고, 직접 키운 수박을 다정하게 나누어 먹는 봉미녀.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날 방문했을 때 밝은 그들의 모습은 봉미녀와 천사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을 주었기 때문에 그들이 이 세상을 좌절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미소를 버리지 않고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좋은 이웃의 사랑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내내 무거운 나의 마음이 그때에서야 편안해졌다.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연민, 사랑의 힘이 있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귀하고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길을 계속 가려 한다.

황인화 시민기자
황인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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