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 신작시 - 아주의 날씨
아주는 절벽을 잘 만들고 아주는
탁구공처럼 잘 튕깁니다 아주의 머리카락은
달을 후려치고 아주의 코는 아주 커서
개미 똥 냄새도 맡을 수 있을 겁니다
뻥코는 아니고요 냄새가 도망갈 수 없는 거죠
나는 아주의 위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주를 사랑합니다
이주의 날씨는 흘리듯 들을 수 있지만
아주는 날씨는 심각하지요
아주 맑거나 춥거나 아주 눈이 많이 오듯이
아주는 코끼리 떼 같은 즐거움을 몰고 오거나
침묵이란 말마저 아주 사라진 침묵을 데려올 수 있잖아요
어쩌면 오리궁둥이에 팬티를 입힐지도 몰라요
너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아주에 가깝습니다
별을 따서 주는 게 아니라
별을 기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골목길로 뛰어나가면 초롱초롱한 별 떼가 줄지어 뒤를 따를 겁니다
바지가랑이를 쪼며 뛰어다니는 콩나물 대가리들
아주의 날입니다
아주는 어디에든 붙으려 하지요
당신의 눈썹에 아주가 붙을 때는
내 눈에 꽃이 달립니다
꽃들이 달리는 눈동자를 보세요
아주의 사랑은
폭망이거나
폭등
지금은 아주에 눈 내립니다
낮은 곳에 아주 많은 눈이 쌓입니다
이럴 때의 아주는 기발합니다
당신의 아주는 잘 계시는지요
당신의 아주가 꽃에 가까울 때를 나는 좋아합니다
아주의 날씨를 예보합니다

저작권자 © 장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