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마음의 정원(心中庭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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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마음의 정원(心中庭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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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6.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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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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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몇 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눈물이 흐르고 그 감정까지 기억될 때가 많다. 하지만 기쁨은 며칠 지났을 뿐인데 행복한 감정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있다. 기쁨이 슬픔만큼 우리 안에 고여 있으면 다시 순간을 떠올릴 때 미소와 행복감이 느껴져 삶이 더 풍성할 것 같다.

슬픔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내가 살아온 삶이고 그 삶에서 갖게 된 내 마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기쁨도 쉽게 사라진다는 이유로 방치하기 쉽지만 살아오면서 얻은 내 마음이 담겨 있어서 소중하다. 슬픔을 내버려 두면 우울함과 분노가 온 마음에 퍼져나가 정글처럼 되고 기쁨을 내버려 두면 쉽게 마음에서 사라진다.

그러니 내 마음을 정원처럼 가꾸어야 한다. 마음에 슬픈 두려움의 발도 있지만 한쪽에는 기쁨의 발이 있어야 한다. 슬픔이 밀고 들어와 기쁨을 다 죽이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고 각각의 영역에서 각각의 마음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가꿔주어야 한다.

우리는 슬픈 일이 있을 때 그 감정에 빠지는 것보다 슬픔의 이유로 깊이 들여다보고 기쁨도 마찬가지로 그 기쁨의 이유를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호의와 신뢰 안에서 즐거운 정서를 나누어 서로에게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된다. 그래서 기쁨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기쁨은 더 크고 명확해진다. 좋은 향이 나는 커피, 신나는 운동, 초록의 자연과 문화활동에서 어떤 기쁨이 찾아올 때 기쁨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삶의 즐겁고 긍정적인 이유가 발견된다.

내가 만나 이 기쁨의 이유는 식물에서 씨앗을 받는 것과 같이 내 안에서 삶의 에너지와 방향이 되어 새로운 기쁨으로 자라날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이 나에게 있다면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들을 기억하면서 마음의 안위를 얻을 수 있고 기쁨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일을 잘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힘든 순간에도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의 지지대가 세워져서 낙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생활 속 기쁨의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면 단지 예전에 기쁨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이 여전히 내게 있음을 새롭게 느껴서 사람 일 생활에 대한 기쁨이 더 많이 쌓여서 더 크게 자라난다.

이렇게 자라난 기쁨은 우리에게 슬픔을 이길 방패가 되고 두려움을 건너갈 다리가 된다. 기쁨의 정원을 가꾸는 과정은 씨를 뿌리고 잘 자라게 돕고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이다. 들여다보는 것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고, 반복해서 누리는 것은 자라게 돕는 것과 같고 기쁨을 망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 지키는 것이다.

기쁨을 들여다보지 않고 누리지 않고 한순간 재미있었던 일로 생각하고 지나치면 우리 안에 기쁨은 자랄 수 없다. 그러니 기쁨을 들여다보고 누리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긴장한 사람은 기뻐할 일이 있어도 “지금은 삼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고 더 긴장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해” 라고 말한다. 슬퍼할 일이 있어도 “지금은 이렇게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더 힘든 일이 생길 수 있기때문에 긴장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해” 라고 한다. 긴장한 삶은 감정을 느끼길 거절하는 데 이렇게 계속 감정을 외면하면 어느 시점에서 무기력이 찾아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외면된 기쁨이 무기력을 만들어 내고 쌓인 슬픔의 무게가 우울감을 만들어서 하고자 하는 일을 더 망쳐버릴 수 있다. 그러니 긴장으로 감정을 외면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 욕심에 빠진 사람도 기쁨을 망치게 된다.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일, 더 좋은 환경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기뻐하기보다 슬퍼해야 하고 감사하기보다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더 좋은 것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진 것을 기뻐하고 가지고자 하는 것을 기대하는 태도가 맞다. 그러나 아무것도 받지 못한 사람처럼 슬퍼하고 분노하면 그것은 가진 기쁨도 빼앗기도 더 큰 기쁨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욕심을 갖고 있어서다. 이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삶은 기쁨도 담고 슬픔도 담고 있다. 이 모두를 소중히 여겨 기쁨의 정원과 슬픔의 정원이 우리 마음에 소중하게 가꿔져야 한다. 혹시 내 삶에 기쁨은 흘러가 버리고 슬픔만 고여있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기쁨을 가꾸지 않은 것은 아닐까 돌아보자.

삶 속에서 기쁨을 들여다보면서 기쁨의 이유를 찾고 그 이유가 오늘을 있게 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복해서 느끼고 무관심이나 긴장이나 욕심이 나의 기쁨을 빼앗지 못하도록 지켜나가자. 그럼, 우리 마음에는 항상 기쁨이 있을 것이다. 슬픔만 느끼고 슬픔만 바라보지 말고 기쁨도 바라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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