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장흥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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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장흥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 임순종 기자
  • 승인 2024.03.1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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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청소년 76%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치 있고 즐거운 일 하며 사는 게 행복”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대학에 꼭 가야 하는 건 아냐'

'농사는 다른 모든 직업만큼 가치 있으며 하고 싶은 일'

■가치 있는 노동을 하기 위해선 대학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노동을 하기 위해선 대학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흥 관내 청소년 76%가량이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고 그러기 위해 꼭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약 57%의 청소년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입시 위주의 지역 교육 체계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장흥교육희망연대(대표 최경석)가 장흥군의 지원을 받아 작년 하반기에 실시한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조사’ 결과로, 우리 지역 다수의 청소년이 자기 생각과는 다르게 사회적 압력에 의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농사는 다른 모든 직업만큼 가치 있는 노동이다
■농사는 다른 모든 직업만큼 가치 있는 노동이다

최경석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수십 가지 스펙을 쌓아도 좋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과 결혼, 출산 심지어 연애조차 포기하는 N포세대 청소년 다수가 대학 진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로 직시한 당연한 결과다”며 “그런데도 우리 지역사회는 대학 진학을 우선으로 한 낡은 교육 체계를 버리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관내 실업계 고등학교는 지역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직업 역량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몇 해 전부터 전문성과 무관한 부사관 양성 위주로 대폭 축소 운영되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 다수가 대학 진학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에도 기존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수의 학생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할 수 있는 일만 있다면 성인이 되어도 계속 장흥에 살고 싶다
■할 수 있는 일만 있다면 성인이 되어도 계속 장흥에 살고 싶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내 청소년 92%가 농사는 다른 모든 직업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다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청소년이 53%에 달했다. 특히 특성화고 재학생의 경우 68%가 농사를 진로로 선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이 되어도 장흥에서 살고 싶다는 청소년이 전체적으로 37%에 달했다. 여학생 보다는 남학생 사이에서 25%:44%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일반고 재학생보다 특성화고 재학생 사이에서 29%:58%로 그 비율로 월등히 높았다.

■농민이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다면 나는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
■농민이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다면 나는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

이는 지역에 남는 것을 실패한 삶으로 규정짓고 농사를 하찮은 일로 취급하는 기성세대의 생각에 비추면 매우 놀라운 결과다. 또한 으레 청소년이라면 도시 지향적 소비적인 삶을 추구할 것이라는 생각과도 거리가 멀다.

이번 조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장흥교육희망연대 김신 운영위원은 “예상 밖의 결과에 놀랐다”며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와 엇나간 청소년•청년 정책 속에서 이 청소년들이 느꼈을 소외감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치 있거나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치 있거나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그는 “지역의 교육이나 청소년 정책이 그 지역에 살고 싶은 청소년이 아니라 대학 진학 청소년에 집중되어 오히려 지역을 떠날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의 청소년이 지역에서 가치 있고 즐거운 삶을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지역 교육 과정부터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의식 조사에서 드러난 청소년이 지향하는 가치와 삶을 꼼꼼히 살피고 적극적으로 교육 과정과 청소년•청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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