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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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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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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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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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의심(疑心-믿지 못해 이상히 여기는 마음이나 생각) 하는 것은 최대의 죄악(罪惡)이다. 자기의 생각을 상대도 자기의 똑같은 생각으로 그럴 것이다, 하고 간주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꿔서 생각한다. 역지개연(易地皆然), 사람의 처지를 바꾸어서 동화되어 그 언동이 같게 된다는 뜻이다. 처조(處造),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처해 있는 곳을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상대방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오해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역지사지를 쉽게 풀이하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뜻이지만 에티켓이 없는 살마에게 매너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역지사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본인의 잘못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맹자의 이루편(離婁編)을 보면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처지나 경우를 바꿔도 누구나 하는 행동은 똑같다는 의미로 뜻을 해석할 수 있다.

유교의 시조인 공자 입장에서 보는 역지사지는 다른 사람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가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듯이 나도 상대 의견을 경청하라는 것으로 본다.

기기기익(己飢己溺),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 자신의 논에만 물을 끌어 쓰며 본인의 이익만 생각함이다.

오래전 중국에는 하우와 후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높은 벼슬에 놀랐기 때문에 나라를 돌보느라 몇 년 동안 자신의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들의 집 근처를 지날 때마다 한번 들렸다, 오라고 요청했지만 하우와 후직은 자신들이 쉬면 백성들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대답했다. “내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 몸은 편하지만 그동안 백성들은 고통을 겪을 수 있네.”

훗날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 보다 백성을 위해서 노력했던 하우와 후직을 칭찬했고 중국의 대학자 공자는 하우와 후직, 뿐만 아니라 덕의 실천에서 가장 뛰어났던 제자 안회를 칭찬했다.

안회는 세상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게 산다고 하여 하루에 밥 한 그릇과 물만 먹으면서 살고 있으며 이는 과거 하우, 후직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가 본받을 필요가 있다.

공자는 수 많은 제자들 중에서 안회를 유독 아꼈기 때문에 친척 관계라는 설도 있으며 덕을 쌓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역지사지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아내가 역지사지로 생각한다면 크게 싸우는 일이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이 문제를 역지사지 한다면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자동차 블랙박스가 있기 때문에 역지사지의 태도가 중요하다. 팬들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역지사지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어려울 때는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들이 몰라준다고 불평하지 않고 역지사지 그들을 알기 위해 노력하자.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가족의 마음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지사지의 정신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기본적인 예절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배려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는 사자성이기 때문에, 자식을 길러봐야 부모 사랑을 안다.

우는 중국 하(夏)나라의 시조로 치수(治水)에 성공한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다. 후직은 신농과 더불어 중국에서 농업의 신으로 숭배되는 인물로 순이 나라를 다스릴 적에 농업을 관장했다고 전해진다.

맹자는 우 임금과 후직은 태평성대에 세 번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못해 공자가 그들을 어질게 여겼으며 공자의 제자인 안회는 난세에 누추한 골목에서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다른 사람들은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태도를 잃지 않아 공자가 그를 어질게 여겼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맹자는 우와 후직, 안회는 모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 서로의 처지가 바뀌었더라도 모두 같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평하였다.

곧, 맹자는 안회도 태평성대에 살았다면 우임금이나 후직처럼 행동했을 것이며 우임금과 후직도 난세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처지가 바뀌면 모두 그러했을 것이라는 뜻으로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역지개연이라는 표현은 오늘날 쓰이는 역지사지의 의미와는 다르게 태평한 세상과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였다.

한편 맹자 이루편에는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말도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헤아려 보라는 삶의 지혜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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