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비교(比較)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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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비교(比較)하는 말
  • 장강뉴스
  • 승인 2022.04.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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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비교란 두 개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봄을 말한다. 누구네 집은 승용차가 식구대로 있느냐는 등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양보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내야 한다.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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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어야 한다. 수심무성(水深無聲) 즉 물이 깊으면 소리가 없다는 말이 있다. 강이 깊을수록 소리 없이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사람 역시 인격이 완숙되면 말이 적어진다고 한다.

황희 정승이 길을 가다 소 두 마리를 부리면서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검은 소와 누런 소 중 어느 소가 일을 잘하느냐?” 고 물었다. 농부는 침묵을 지켰다. 몇 번을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황희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아 화가 났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한 참 가고 있는데 농부가 쫓아와 말했다. “선비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면 아무리 짐승이지만 주인이 누가 더 일을 잘한다고 비교해 보십시오.

얼마나 섭섭하겠습니까? 그래서 침묵을 지켰습니다. 사실은 검은 소가 일을 더 잘합니다. 누런 소는 꾀를 좀 부리고요” 이 말에 황희는 크게 깨닫고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 제일 기분 나쁠 때가 다른 사람하고 비교당할 때다. 내가 가진 게 아홉개 보다 가지지 못한 한 개 때문에 억울하고 손해 보는 것 같고 기분 나쁘다.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면서 그림까지 잘 그리는 사람이 노래를 못한다고 투덜대면 할 말이 없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모든 걸 완벽하게 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집안이 가난하고 성격은 이기적인 친구가 오로지 공부 한 가지 잘해서 판사가 되고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부자로 배가 아프다. 그러나 모든 걸 다 갖춘 것 같아도 의외로 불행할 수 있다.

판사가 된 친구가 건강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가 속을 썩일 수도 있다. 또 정치 판사로 끌려 들어가 원하지 않지만, 양심에 찔리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내 불행만 커 보이고 남들은 다 행복할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은 세상이 얹어주는 짐을 어느 정도는 공평하게 지고 가게 마련이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제멋에 살 줄 알아야 한다.

남이 출세를 하든 돈방석에 앉든 상관하지 않고 오늘 내 자리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의 열차를 탄 사람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2015년 성울 강남에서 일어난 일이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장이 실직하고 난 뒤 주식에 투자해서 재산을 일부 잃었다.

그래도 아내 통장에는 아직 3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남아 있었는데도 남편은 지금까지 살아온 기존의 생활방식을 유지할 수 없음을 비관하고 아내와 두 딸을 먼저 죽이고 자기도 죽으려 했다.

남과 비교해서 생긴 불행이다. 빚을 정리하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 가장은 소박한 삶의 기쁨을 알지 못했다. 행복은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살아갈 때 내 것이 된다. 자녀도 있는 그대로 모습을 인정해 주면 행복하고 부모도 자녀를 그렁텅이로 밀어 넣지 않을 것이다.

난 초등학교 때 음악이 싫었다.

뜀박질만 하면 1등을 했다. 그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힌 공책을 상으로 받았다. 그림도 잘 그렸다. 성적표를 받으면 내가 무슨 양갓집 자식도 아닌데 음악은 양이였다. 여러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갈고닦아, 실력이 늘어갈 때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 내가 만일 음악 솜씨가 없다고 불평불만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잘하는 재능 하나씩은 선물로 주셨는데 남과 비교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재능을 썩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옆집 민수는 이번에도 1등 했다더라! 너는 똑같은 밥 먹고 할 줄 아는 게 뭐니?” 이런 비교하는 말로 자식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없어야겠다. 초등학생들이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 그릴 수 있을까” 하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우와! 그림을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이 그리네”라고 하면 부모도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우리 아들은 아주 훌륭한 화가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엄마를 만나면 나도 신이 난다. 박지성 선수에게 가만히 앉아서 미적분만 풀라고 하면 아마도 무척 괴로워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에게 왜 야구 선수 류현진처럼 공을 못 던지는 거냐며 구박한다고 해서 그가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는 어리석은 비교를 끝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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