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인한 4월이 돌아왔다. 산에 들에 새기운이 돌고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이지만 2014년 4월16일 이후의 4월은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 갇혀 죽는다는 것을 알고 휴대폰에 남긴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목소리가 가슴저리게 하고, 살기위해 세월호 철판을 손가락 뼈가 부서지고 손톱이 다빠지도록 긁어댔던 그 여린 손이 생각나 몸서리 처지는 계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참혹한 4월이 다시 돌아왔지만 대한민국이나 강진군이나 변한 것이 없다.
겉으로는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고 말하면서 행동은 거꾸로 하는 것을 보면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이 시기에 이런 잔인한 일을 없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강진시민모임은 지난 2015년 4월 14일(화) 저녁 7시 30분, 터미널 앞에서 세월호 인양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촛불 피켓 선전활동을 마치고 작은 현수막(60*80)을 영랑로와 중앙로의 가로수와 가로등에 20여개를 걸었다.
현수막은 개인명의로 제작되었으며, 그 내용은 ‘기억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돈보다 생명을 속도보다 사람을’,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급한 민생은 없습니다’ 등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4월 15일(수)에 확인해보니 중앙로에 설치한 현수막은 그대로 있었으나, 영랑로에 설치한 현수막 10여개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본 결과 당일(15일) 새벽에 강진읍장이 현수막을 뜯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강진읍장은 당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교육출장을 간 상황이어서 여러 차례의 핸드폰 통화시도와 문자메세지 전달을 통해서도 연락이 안 되었고, 현수막을 뜯어간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시민모임은 15일 저녁에 강진군청 비서실을 통해 뜯어간 현수막의 원상복구를 요구하였으며, 16일(목) 아침에 읍사무소 직원들이 현수막을 다시 설치했다.
원상복구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현수막 원상복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수막에 당초 설치했던 대로 단단히 묶여있지 않고 대충 걸쳐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현수막이 단단히 묶여 있지 않으면 보행자나 차량에 부딪혀 안전사고나 차량사고가 발생할 것이 염려되어 다시 읍사무소에 연락하여 제대로 묶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래도 제대로 묶지 않았는지 오후가 되어 바람이 불자 현수막에 길바닥에 떨어져 내팽개쳐진 현수막이 발견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을 가슴에 아픔과 슬픔, 참회와 분노를 새긴 뼈아픈 사건이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온전히 추모하지도 못한 채 거리에 나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 정부까지도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며 팽목항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강진군에서 발생한 세월호 현수막 도난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304명의 목숨이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학살당했고, 아직도 왜 침몰했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등등 수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있음에도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희생자들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강진군만 정말 모른 다는 것인가.
행정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강진군이 직접 나서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활동을 먼저 펼쳐도 부족할 상황임에도,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을 아무런 사전 통보나 연락도 없이 뜯어가 버린 것은 군민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군민들은 ‘가만히 있으라’라고 통보한 것과 다름없다.
강진군이 세월호 희생자의 억울함과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참사의 원인규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있는지, 강진군에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강진군수는 강진군의 행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이번 강진읍장의 ‘세월호 현수막 도난사건’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강진원 군수는
4월 말까지 ‘세월호 현수막 도난사건’과 관련하여 지역 언론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라!
도난사건의 직접 행위자인 강진읍장을 해임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강진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