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仁이 하나로는 부족해 셋인
삼인리에 버티고 있는 내가
이 자리에서
몇 해를 버티었는지 잊어먹을 정도로
나이 들었다
내 삶은
별다른 게 아니고
막무가내
그냥 이 자리에서 버티면서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일들을
바람결에 들려온 세상일들을
몸에 새기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몸에 새긴 게 늘어난
내가
내 몸 어딘가에 새겨 놓은
괄목할 만한 지나간 미래 중의
지나간 미래인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은 차치하고
내가 들려줄 수 있는
괄목할 만한 지나간 미래 중의
지나간 미래는
동학란과 6·25한국전쟁이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를 앞세운
동학란이 외세의 개입으로 실패한 게
너무나 아쉽다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
척양척왜斥洋斥倭뿐만 아니라
인내천人乃天,
시천주侍天主,
후천개벽後天開闢이란 말이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서서 백산, 앉아 죽산이란 말이
지금도 내 귀에 생생한데
병영성, 병영성을 점령한
그 위세당당했던 동학군들이
왜놈의 신무기에 밀려 패망했을 때
여러 날 잠 못 이루며 울었다
지금부터 칠십오 년 전
6·25한국전쟁은 물론이고
6·25한국전쟁 전후에
동족끼리
대창으로 찔러 죽이고
총으로 쏴 죽이는
일어나지 말아야 풍경을
너무 많이 목격하고
너무 많이 전해 들었다
동족상잔 중의 동족상잔인
대구시월혁명,
제주4·3,
여순사건,
보도연맹,
빨치산 소탕 작전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인仁이 하나로는 부족해 셋인
삼인리에 버티고 있는 내가
이 자리에서
몇 해를 버티었는지 잊어 먹을 정도로
나이 들었어도
외세의 개입으로 실패한 동학란과
6·25한국전쟁과
6·25한국전쟁 전후의
눈 뜨고는 못 볼 일들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보국안민輔國安民: 국가를 바로 세우고 백성을 살린다.
제폭구민除暴救民: 폭정을 없애고 백성을 구한다.
척양척왜斥洋斥倭: 외세를 배격한다.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시천주侍天主: 내 몸에 한울님을 모셨다
후천개벽後天開闢: 최제우가 세계를 선천과 후천으로 갈라서 경신 4월 5일에 천도교를 창건한 것을 이르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