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빈(전남미래자동차고 1학년)

탐진강에서 만난 고요한 쉼
늦봄의 어느 날, 나는 전라남도 장흥의 탐진강을 따라 흐르는 여덟 개의 정자를 찾아 나섰다. 강은 잔잔하게 흐르고, 물가를 따라 난 길은 오래전 선비들의 발걸음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했다.
그 첫걸음은 언덕 위의 부춘정에서 시작되었다. 정자에 올라 바라본 탐진강은 햇빛에 은빛으로 반짝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처럼 흐르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숲길을 따라 이동하자 벼랑 위의 용호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비치는 강물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정자에 앉아 있으면 마치 자연이 건네는 오래된 호흡을 함께 들여마시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 찾은 사인정에서는 암벽과 강이 서로 기대듯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물소리와 바위의 질감, 정자의 단정한 선이 함께 만들어 내는 장면이 오래도록 눈을 머물게 했다.
탐진강을 따라 자리한 이른바 ‘장흥 8정자’는 각기 다른 풍경을 품고 있지만, 모두가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던 옛 선비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자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일상에서 놓쳤던 여유를 다시 찾았고, 자연이 주는 조용한 위안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여행을 마치며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이 길을 천천히 걸어, 정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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