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전남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 산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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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전남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 산 56
  • 장강뉴스
  • 승인 2018.04.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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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주(장흥군선거관리위원회 국장)
▲ 권병주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위 주소로 가다 보면, 장흥군의 남쪽 끝자락인 회진항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한재공원이 있다. 4,5월이면 흰 털을 잔뜩 단 꽃대와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자주색 꽃이 지천으로 피어, 오는 이들을 반겨준다.

장흥에 살면서도 한 번도 찾은 적 없는 이곳을 한창 바쁜 선거철이지만 일부러 찾았다. 요즈음 들어 유난히 할미꽃의 꽃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할미꽃은 두어 개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공경’이 와 닿는다. 유권자의 참뜻을 공손히 받들어 모셔야 함에도 당리당략에 치우치는 말과 행동을 하고,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의 비전이나 속내를 자주 듣게 된다. 듣다보면 대략 세 가지로 정리가 된다. 희망, 실망, 무덤덤.

어떤 이는 지역에 대한 청사진은 제시하지 않고 돈 폭탄을 뿌려서라도 당선되겠다는 추악한 야심(?)을 드러낸다, 그것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앞에서.

다른 어떤 이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책이나 공약을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해 듣고 있는 나를 실망하게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본인이나 가족의 생계정도는 몰라도, 지역을 이끌어갈 적임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무덤덤해진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한 동네 사람으로서, 지역 토박이인 나를 솔깃하게 만드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인품까지 깨끗하여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슴 설레게 하는 정치인이 너도나도 출마하여 투표소에서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했으면 싶다.

이제 선거가 60여일 남짓 남았다.

이번 지방선거의 슬로건은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우리 동네”이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성실하고 일 잘하는 일꾼,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일등 일꾼을 뽑자는 의미이다.

동네 사람들은 거품이 잔뜩 낀 후보자들 사이에 끼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후보자를 찾아내어 동네방네 소문내야 한다. 투표장에서는 동네사람들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할미꽃은 작은 키에 꽃대마저 구부러져 있어 얼핏 보면 눈에 띄지도 않고 이름 모를 수수한 들꽃 같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구부리고 들여다보면 꽃봉오리는 투명한 자수정처럼 빛나고 꽃잎 주변의 보송보송한 잔털은 부드러움을 지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겉치레만 요란하기 보다는 수수하면서도 아름답고, ‘공경’의 뜻을 담은 할미꽃 같은 후보자가 많이 당선되었으면 한다.

추신 : 출마(出馬), 말을 달려 한재공원에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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