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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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 승인 2017.07.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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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責任感)이 있는 사람

우리 신체의 구조와 기능들을 살펴보면 그 오묘함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인체의 총사령부에 해당하는 대뇌와 소뇌는 단단한 각질로 싸여 있지만 그래도 모자라 머리털을 내어 외부와의 마찰이나 충격을 완화시켜준다. 겉눈썹은 무성한 숲을 이루어 빗물을 막아주고 속눈썹은 또 먼지의 유입을 막고 안구의 운동을 자유롭게 한다. 두 개의 콧구멍은 깊이 뚫려 있어 흡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준다. 부드러운 입술 단단한 이 민첩한 혀의 생김생김. 여기에 신체 내부기관들의 위치와 기능들까지 확인하고 나면 그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들 신체 부위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인체조직의 전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는 속담처럼 불편함의 감수 정도에 그치는 것도 있지만 심장이나 폐처럼 그것이 손상되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는 큰 재력가나 권력자 몇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때 비로소 조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군이 그리스를 침략했을 때 그리스의 명장 밀티아데스는 아테네의 북동쪽 마라톤 평원에서 페르시아군을 격퇴했다. 밀티아데스장군은 한 병사를 시켜 아테네 시민에게 페르시아군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승전보를 전하게 했다.
그 병사는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와 아테네 시민들에게 우리는 이겼노라 외치고는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달려온 42.195킬로미터를 기념하기 위해 마라톤이라는 운동경기종목이 생겨나 아테네 병사의 투철한 책임감을 기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을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테네 병사는 최선을 다해 자기책임을 완수한 사람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중 하나가 자기에게 맡겨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 것이고 거기에 삶의 의미와 보람이 있는 것이다.
6.25전쟁 후 우리나라 전쟁고아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참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을 다녀올 때의 이야기이다.
참전국에게 위문과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그때 미국의 그 유명한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갖게 되었다. 홀안은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합창은 앙코르를 여러차례 받으며 박수갈채 속에서 끝났다.
그런데 막이 내리고 퇴장하는 한 어린이가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였다. 지휘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하의가 소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휘자는 그렇게 급하면 화장실에 갈 것이지 이게 웬일이냐고 물었다. 그때 그 어린이는 자기가 화장실에 가면 알토 파트가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지휘자는 그 어린단원을 덥석 끌어안고 울어버리고 말았다.
명지휘자로 유명한 미카엘 고스타 경이 이끄는 오케스트라가 곧 있을 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리허설이란 예행연습이라는 것으로 연주회를 앞두고 미리 연습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닫자 모든 악기는 신들린 듯 흥겹게 자기의 소리를 토해냈다. 바로 그 순간 피콜로를 연주하던 악사에게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백개나 되는 악기가 이렇게들 큰소리로 연주되고 있는데 과연 이 작은 피콜로가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내가 소리를 내지않더라도 연주에 별로 지장을 주지 않을거야 이런 생각에 그는 피콜로 연주를 잠시 멈추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연주를 중단하고 말았다.
그러자 미카엘 고스타 경이 즉시 연주를 멈추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피콜로는 어디갔나? 자신이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큰 인간들이 아닌 그저 묵묵히 제소리를 내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된다.
남이 알아주는 큰 일만이 보람있는 일이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도 꼭 필요하고 수중한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것이면 앞장서서 실천하는 자세야 말로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내게 맡겨진 일이 보잘 것 없다하여 소홀히 대해서는 절대 안된다. 나 하나의 잘못과 무성의로 큰일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이 사회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주인이다. 주인은 맡은 일을 자기 일로 생각하여 애착을 갖고 책임있게 일하지만 나그네는 남의 일로 여겨 책임없이 소홀히 일을 한다. 우리가 주인으로 살면서 존경을 받을 것인지 뜨내기로 무성의하게 살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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