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지금 주어진 현재라는 선물, 매일 마주하는 가족과 직장 동료, 그들과 함께하는 삶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 남자에게 결혼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부인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것이라는 우개게 소리도 있지만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인생의 동반자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화목함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금슬을 든다. 고대에 음악을 연주할 때 금과 슬은 꼭 붙어 다녔다.
금(琴 거문고)은 크기가 작고 여성이 연주하는 악기로 아내를 뜻하고 슬(瑟 비파)은 크기가 크고 남성이 연주하였으므로 남편을 상징한다. 둘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만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 금과 슬이 서로 화합한다는 뜻의 금슬상화나 금슬자락과 같은 말이 생겨났다.
부부간의 사이가 좋아 마치 친구처럼 지낸다는 금슬우지(琴瑟友之)도 있다. 금과 슬이 불협화음을 내게 되면 듣기 싫은 시끄러운 소리만 나게 된다. 금슬처럼 부부사이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고 조화를 이루어야만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한쪽 귀를 막고 제각각의 목소리만 내면 부부관계는 순식간에 파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불교에서 부부는 8천겁의 연을 통해 맺어진 관계다.
힌두교에서 1겁은 86억4천만년이라고 한다.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얼마나 기이한 연(緣)인지 말 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부부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인 만큼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란 노래가사를 오늘 이 땅의 부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부부의 사랑은 사랑하고 사랑받기다. 사람은 결국에는 혼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아무리 많은 친구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고 그가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후원자들이 많다 하더라도 마지막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혼자가 된다.
탄생의 순간이 혼자의 세계인 것처럼 죽음의 순간도 고독한 것이다. 탄생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사이에 있는 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눈물을 흘리는 순간 변화를 겪는 순간 내적 격투를 벌이는 순간, 그리고 결정하는 순간에는 늘 혼자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는 이런 극적인 순간에는 흔히 혼자가 되곤 한다. 자기 자신 외 어느 누구도 그의 눈물의 의미와 격투의 뜻과 결정을 내리는 순간의 복잡한 동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