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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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 승인 2017.03.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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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려면 낮아져야 한다.

▲ 최일중(성균관 전인)
우리나라 속담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나보다 더 미숙하고 더 놓을 것이 없었던 시절을 돌아보고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 속담 속에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겸손한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한다. 겸손한 태도는 자기를 낮추고 남을 위하는 생활 자세이다. 또 겸손한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포근함과 안정감을 주어 밝고 명랑한 사회를 만든다. 타이어 제조 회사에서 젊고 유능한 선문 경영인을 새로 채용했다. 나이 많은 사장은 사원들을 모아놓고 그 경영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나는 이미 늙었다. 타이어로 말하자면 헌 타이어와 같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이 사람은 젊고 유능하다. 그러니까 새 타이어와 같다.” 이윽고 이 패기만만한 젊은 경영인이 부임 인사를 할 차례가 되었다. “우리 사장님은 자신을 헌 타이어라고 하셨다.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타이어는 오랜 세월을 펑크 나지 않고 잘 굴러온 훌륭한 타이어다. 저는 아직 사용도 안 해 본 스페어 타이어에 불과하다. 어떻게 저를 사장님에 비길 수 있겠습니까?”
사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 젊은 경영인이 사원들에게 감명을 준 것은 아마도 겸손이라는 미덕일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그 훌륭함을 자랑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겸손하다고 한다. 겸손은 비굴이 아니며 자기 비하도 아닌 것이다. 자기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고결한 인품을 기르기 위한 수양이 계속될 때 진정한 겸손의 미덕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흑인 콘서트 가수 마리안 엔더슨은 여러 차례 세계 각국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유명한 가수이다. 어느 날 그녀는 백악관에서 루즈벨트 대통령부처와 영국여왕을 위한 독창회를 가졌다. 성공리에 끝난 독창회 자리에서 그녀는 기자들의 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떤 기자가 마리안 엔더슨에게 그녀의 생애에서 가장 기뻤던 날이 언제였는지를 물었다. 그때 그렇게 명성을 떨치던 마리안 앤더슨의 답변은 매우 뜻밖이었다. “나의 생애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어머니에게 더 이상 남의 집 빨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던 그 날이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가난하고 비참했던 시절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겸손한 자세가 기자들을 더욱 감동시켜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우리가 성취의 순간마다 어렵던 시절을 되돌아보며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보다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스스로 겸손할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훌륭함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겸손의 미덕으로 자신을 잘 다스려 나아가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정치가요 사상가요 과학자로서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하는 등. 미국 역사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프랭클린이 젊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이웃집에 놀러 갔다가 주인이 일러준 지름길을 따라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길 중간에 나뭇가지가 휘어져 길에 가로놓여 있었다. 생각에 잠겨 걸어가던 프랭클린에게 멀리서 이웃집 주인이 “머리를 숙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서 그는 나무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급히 달려와서 상처 난 프랭클린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젊은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머리를 자주 숙이게. 머리를 숙일수록 부딪치는 일이 적어질 것이네.” 이때부터 프랭클린은 이웃집 주인의 말을 가슴깊이 간직하면 한평생을 겸허한 자세로 살았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는 프랭클린의 수많은 업적들도 그의 겸손한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아마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옛날 우리나라 성현 중에도 집안에 출입하는 쪽문의 높이를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서 몸을 낮추는 겸손함을 실천하였다고 한다. ‘높아지려면 낮아져야 한다.’는 모순된 말의 의미를 한번쯤 음미해 봄직하다.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대해주는 따뜻한 사람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우며 그런 사람은 높이 존경받게 되어있다. 공작새는 자기 발밑을 돌아볼 때에 날개를 접는다고 한다. 가장 크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공작이라도 그 깃털을 접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은 제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스스로 자신을 접을 줄 아는 겸손함을 지녀야만 그 훌륭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작이 부채꼴의 꼬리 깃털을 항상 세우고 있다면 그 아름다움은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감추었던 깃털을 어쩌다 한번 펴 보임으로써 공작의 아름다운 극치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사람은 인격자로 추앙 받을 수 없다. 훌륭한 인격이라는 것은 자신을 알고 겸손하게 처신할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시냇물은 졸졸 소리 내어 흐르지만 큰 강물은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법이며 큰 물고기는 깊은 강에서 산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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