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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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7.01.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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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없는(無根) 나무 없다(無木)

늙을 노(老)에서 아래 비수비(匕) 대신 아들자(子)를 바치면 효(孝)가 된다. 효라는 글자는 노인(老)과 아들(子)이 합해진 글자로 아들이 늙으신 부모를 업고 있는 회의자(會意字)이다. 자식이 어렸을 때에는 부모가 업어주고 부모가 늙었을 때 그 자식이 업어준다는 뜻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과 자녀가 부모에게 바치는 존경이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한다.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넓은 부모의 사랑과 희생으로 오늘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면 그 은혜에 어덯게 보답해야 할 것인지 답이 나올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자식의 몸을 대신할 것을 원하고 죽은 뒤에도 자식의 몸을 지킨 것을 원하는 분이 우리의 부모다. 부모님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자녀를 위해서 사시는 분이다. 어버이께 효도하는 것은 백행의 근원이다. 효도를 어렵게 만 생각하지 말고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이므로 무엇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기쁘게 해드리면 된다. 옛날 중국에 아버지를 잘 모시는 노래자(老來子)라는 사람이 있었다. 노래자는 나이가 70이 넘은 노인이면서 90이 넘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70이 넘은 아들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노래자야 “물 한 사발만 가져 오너라.” 하니까 노래자는 물 한 사발을 들고 오다가 일부러 아버지 앞에 넘어지고는 어린아이처럼 잉잉 하며 우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도 어린애로구나.” 하며 껄껄껄 한참이나 웃으시며 노래자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달래는 것이었다. 노래자는 아버지의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무척 기뻐하였다. 노래자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아버지 앞에서는 어린애 노릇을 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늙은 아들이 색동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서 춤도 추고 재롱을 부려 아버지가 아들의 어릴 때 모습을 생각하면서 즐거워 하지도록 했다고 한다. 효도의 표본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박구(朴矩)선생은 오백년 전 사람인데도 지금까지 어른들의 입과 효행록에 의해 소상하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박구선생의 어머니는 병을 얻어 자리에서 눕게 되었다. 그는 음식을 들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매일 미음을 끌여 드시고 어머니께 좋다는 약을 구해 병간호에 정성을 다했으나 어머니의 병세는 나아 질줄 몰랐다. 어느 날 산에서 만난 이웃 마을 노인이 “자네 어머니의 병에는 잉어가 제일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땅이 얼고 하늘이 얼어붙은 한겨울에 어디 가서 잉어를 구해야 할지 답답하였다. “모든 것은 다 마음에 있는 법이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잉어가 특효약이라는 말을 듣고 밤을 뜬 눈으로 새운 박구선생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이웃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도끼를 들고 낙동강으로 나아가 얼음을 끼뜨려 보았다. 그러나 차가운 물만 보일뿐 잉어는 보이지 않았다. 선생은 천지신명에게 “잉어를 구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빌었다. 선생은 손을 모아 절을 하며 빌고 또 빌었다. 얼마나 빌고 절을 했을까. 선생이 고개를 들어보니 아침 햇살이 밝아오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지섣달 추위에 온 몸이 언 것도 모르고 지성을 드리던 선생이 정신을 차려 보니 연못 한복판에 얼음이 갈라져 있고 볏 달만한 잉어 한 마리가 얼음위에서 퍼덕거리고 있었다. 이를 본 선생은 다시한번 얼음위에서 엎드려 천지신명께 감사의 절을 하고 잉어를 잡아와서 어머니께 고아 드렸다. 마침내 어머니는 생기를 찾고 환한 웃음을 웃으셨다. 그러나 그 생기와 웃음은 잠깐이고 어머니는 다시 자리에 누우시고 병세는 더욱 위독해 지셨다. “구야 이 늙은 몸이 살아서 너만 고생을 시키는구나. 이제 그만 눈을 감아야겠다. 참으로 야속한 말이다 만 죽기 전에 싱싱한 복숭아나 하나 먹어봤으면 한이 없겠구나.” 지금이 겨울인줄 모르고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나 효자 박구선생은 “어머님, 마침 뒤뜰에 복숭아가 많이 열려 있으니 곧 갖다 드리겠습니다.”하고 밖으로 나왔다. 뒤뜰로 간 선생은 앙상한 가지만 달려있는 복숭아나무를 잡고 슬피 울었다. 복숭아나무도 마치 우는 듯 윙윙 슬픈 소리를 내었다. 선생은 다시 한번 천지신명께 빌기로 하였다. 그날 저녁 우물물로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었다. “천지신명이여 이제 마지막 소원이옵니다. 재발 복숭아 하나만 구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눈보라가 살을 에는 추위도 아랑곳없이 선생은 정성을 다해 빌었다. 어느 덧 동이 뜨고 날이 밝아 오면서 찬란한 햇빛이 눈 덮인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던 선생의 눈에 따뜻한 햇살 같기도 하고 붉은 불빛 같기도 한 빛이 서렸다. 선생은 이를 이상히 여겨 퍼뜩 눈을 떠 보았다. 과연 선생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인지 흰눈을 곱다랗게 이고 눈꽃을 피우고 있던 복숭아 나뭇가지에 먹음직스런 복숭아가 매달려있는 것이었다. 잘 익은 복숭아를 드신 어머니의 병은 점차 회복되고 건강해 지셨다. 그후 선생은 열심히 공부에 전념하여 장원급제를 하고 높은 벼슬에 올랐으며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종종 임금님으로부터 칭찬과 상을 받았고 선생이 죽은 후 고향마을 입구에 효자각(孝子閣)을 세워 사람들로 하여금 본받도록 하였다. 중국 명나라 말기에 저술되었다는 채근담에 보면 ‘조상의 은덕이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누리고 있는바가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아올리기 어려움을 생각하다 한마디로 뿌리 없는 나무 없고 꽃 없는 열매 없다’는 말이다.
누구나 부모의 은덕으로 그 핏줄을 이어받아 이 땅에 태어난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자연의 원리에서 비롯되는 절대적인 것이다. 부모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으니 내 자손이 있음은 변할 수 없는 절대의 원리인 것이다. 따라서 효는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요 현재와 미래에도 소중한 가치여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위한 효도의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 실천하기 쉬운 모습으로서 있다. 그 효도의 길과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 지금 내가 부모에게 대한 효도가 훗날 어떠한 모습으로 자식들에게 비춰져 자식들이 나에게 효도를 하게 될까. 미리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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