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김현철(작천면사무소 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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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현철(작천면사무소 부면장)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10.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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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주의와 노벨상

▲ 김현철(강진군 작천면사무소 부면장)
메뚜기 축제가 5일 남았는데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다. 축제 당일 새벽 3시 30분 잠이 깬다. 후드득후드득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빗줄기가 잦아든 느낌이다.
개막식을 진행해야 할 것인가 취소해야 할 것인가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필요할 땐 오지 않고 필요 없을 때 쏟아진다. 하늘만 쳐다본다.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개막식 진행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행사 진행 시나리오를 날씨에 맞게 작성하고 개막식 무대를 식당으로 옮겨 설치하고... “예정대로 진행”이라는 결정이 내려진다.
바닥은 물웅덩이로 변하고 빗물이 넘쳐난다. 부직포를 깔로 그위로 발판을 덮어보지만 소용없다. 그야말로 수중전이다. 준비했던 체험행사와 공연행사는 취소하거나 축소한다.
‘진인사(盡人事) 대천명(待天命)이라 했던가’ 체념한다. 모든 행사 준비는 봄부터 시작하고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늘의 태양과 비와 바람, 토양 등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한다. 전년도부터 물천어에 쓰일 김장을 하고 봄에 씨앗을 파종하고 비료주기와 제초작업을 하고 밀식되어 있는 곳은 옮겨 심고 잘 자라지 않으면 영양제를 주고 병이 오면 약제를 살포한다. 어린애 기를 키우듯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돌본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밤을 새워하면 해낼 수 있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코스모스와 조롱박을 키우는 일들은 열심히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조건이 성패를 좌우한다. 행사 준비를 위해서 마라톤을 하듯 쉼 없이 달려왔지만 단 하루 비로 인하여 행사의 모든 수고들이 허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개막식 행사는 비생산적인 형식주의의 대표적인 행태인 것 같다.
축제의 근본 내용을 퇴색시키고 개막식이 목적이 되고 축제의 모든 것들을 미화시켜버린다. 그래서 개막식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자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지역사회의 뿌리 깊은 생각들을 바꾸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행사의 의식을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축제의 목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화해야 될 것 같다. 흔히 개막식에 사람이 많으면 성공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형식주의의 대표자 “개막식” 이런 형식은 필요하나 반드시 있어야 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형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개막식은 조직의 경직성을 대표하는 행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들의 다양성과 독창성이 없고 지역화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22대 0 일본과 한국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숫자라고 한다. 다른 분야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 난다. 얼마 전 생리의학부문에서 또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학기술 수준은 사고방식, 자연 지리적 조건, 역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기술의 축적의 기간이 긴 일본과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노벨상만 놓고 보면 너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차이는 모든 일의 지속가능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가지일에 몰두하고 하찮은 것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존경한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기술은 외면당하고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성실히 연구하고 근무하여도 돈과 명예가 없으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다.
조금 유명해지면 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고 아우성치고 정치를 해보겠다고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과학자로서의 책임과 일들은 내팽개쳐 버린다. 우리 사회가 부와 명예만을 추구하는 것도 오랜 기간 축적된 형식주의가 낳은 산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재물과 명예 앞에 과학자들의 자존심과 책임은 무너져 내린다. 이런 썩어빠진 정신으로는 10년 100년 후에도 노벨상은 어림도 없다. 노벨상은 오랜 시간 부와 명예가 배재된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나오는 것이지 연구를 가장한 간판이나 정치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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