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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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최일중(성균관 전인)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6.09.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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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효자(孝子)와 도시효자(孝子)

시골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고 도시에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다.
그 시골효자는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위해서 고기반찬을 해드리고 바쁜 일 중에도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빼지 않는 그런 효자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돈 없는 자식이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라.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 하시니 시골효자는 “어머니 걱정하지 마시오. 살아생전에 어머니한테 이렇게 하지 못하면 평생 한이 된다”라고 하면서 계속 빚을 내어 무리하게 봉양하였다.
한편, 도시의 효자는 외출 후 귀가해서 “어머니 돌아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아들의 외관을 벗기고 마루에 걸터 않은 아들의 발을 씻겨 주었다. 이것을 본 동네 사람이 화가 나서 “이런 고약한 자식이 있나. 늙은 어머니에게 이 무슨 해괴한 짓을 하게 하느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천하에 없는 불효자식”하면서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도시효자가 대답하기를 “예, 제가 불효를 했습니다.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화가 난 사람이 “나는 네가 천하에 없는 효자라고 들었는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라고 물었다. 도시효자는 “예, 저는 지금까지 무엇이 효도인지 알지 못하였고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효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불효자입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제 의관을 벗기고 저의 발을 닦아 주시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로 생각을 합니다.
만약 제 처가 이 일을 대신 했다면 어머니는 슬퍼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님이 하시는 대로 그냥 두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음의 효는 어는 도시의 효자가 시골에 이름난 효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그 시골효자의 집은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누추한 옷을 입은 청년이 나무 한 짐을 지고 들어왔다.
그러자 부엌에 있던 노모가 부리나케 뛰어나와 아들의 나무 짐을 받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황급하게 뛰어 들어가더니 대야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을 떠왔다. 어머니는 아들을 마루에 앉히고는 열심히 아들의 발을 씻기면서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잠시 후 그를 찾아간 도시효자는 충고했다. “여보게, 어떻게 기력도 없으신 어머니께 발을 씻겨 달라고 하는가. 효자라는 소문을 잘 못 들은 것 같군” 그러자 시골효자는 말했다. “저는 효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어머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지 기쁘게 해드린다.” 이 말을 들은 도시효자는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 생각대로 부모님을 공경해 왔음을 알았다. 그 부모님의 얼굴에는 저 시골효자의 어머니 같은 환한 웃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진정한 효란 좋은 잠자리와 음식, 많은 용돈보다 부모님의 뜻대로 순종하며 그 분을 기쁘시게 하는 것에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다음 효는 그 옛날 어는 도시에 이름난 효자가 있었다. 효성이 지극하여 칭찬이 자자했는데 듣자하니 어느 시골에 보다 훌륭한 효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시골효자에게 효자 공부를 하러 갔다. 시골효자의 집을 찾아갔더니 시골효자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갔고 그의 노모가 홀로 있었다. 도시효자가 노모에게 그가 찾아온 이유를 말해주었다. 노모가 “우리 아들 효자지”하면서 그를 반겨주었다.
조금 기다리니 시골효자가 나무를 한 짐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그 노모는 방에서 뛰어 나와(회춘하는 듯.....) 아들을 도와 짐을 내리고 아들의 손을 잡고 그 마루에 와서 “오늘 얼마나 수고 하였느냐” 하며 아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물을 떠와서 아들의 발을 씻겨 주었다.
아들은 말없이 어머니에게 어깨를 맡기고 또 발을 맡기고 있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도시효자는 효자는커녕 천하의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하였다.
자기 자신 같으면 “어머니 그러지 마십시오.”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자신이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발을 씻겨드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효자는 배울 것이 없다하고 그 집을 나가버렸다. 그 어머니로부터 사연을 들은 시골효자는 도시효자를 뒤따라가서 “제게 효자공부를 하러 오셨는데 제가 무슨 효자입니까. 사는 형편도 이렇고 아무것도 해드리는 게 없는 걸요.
그러나 제가 평소에 한 가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다.” 라고 말을 했다. 시골효자의 말을 들은 도시효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으로 크게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효행이란 자기 기준이었지, 어머니의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원하시는지 원치 아니하시는지는 헤아려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진정한 효자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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