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07
상태바
김재석 시인과 떠나는 감성여행107
  • 장강뉴스
  • 승인 2025.07.01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작시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만나는 중에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고희의 강을 건넌 내가  
서재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만나는 중에  
뻐꾹새 울음소리가 나의 서재에 뛰어드는 걸 
말릴 길이 없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나의 서재에 뛰어든 뻐꾹새 울음소리가
어린 날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담장 밖에서
으쓱 으쓱 으쓱 으쓱 으쓱 으쓱
나를 불러내던   
짓궂은 동네 아이들 목소리처럼 들린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새 울음소리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꽂힌 나를 
동네 아이들처럼 나를 밖으로 불러내는데 
나를 밖으로 불러내서 
나하고 무얼 하자는 건가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만난 내가 
밖에 나가더라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끝장을 내고 
나가고 싶은데 
뻐꾹새가 나를 자꾸 불러내니 어떡하냐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문득
나의 서재에 뛰어든 뻐꾹새 울음소리가 
나를 불러낸다는 생각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탁란의 계절인 지금 
뻐꾹새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때린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이분의 이박자 뻐꾹새 울음소리가 
살아남으려면 
누구보다 먼저 알에서 깨어나 
아직 깨지 않은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라는 지시일 수도 있으나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쳐야 한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고희의 강을 건넌 내가  
서재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만나는 중에 
뻐꾹새 울음소리가 나의 서재에 뛰어드는 걸 
말릴 수가 없다, 도저히    
  
*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김재석 시인
김재석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