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슬픔이 있다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슬픔이 있다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슬픔의 코를 납작하게 할 길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다가
슬픔이 나에게만 오만하게 구는가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오만하게 구는가 하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때렸다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겐 오만하게 굴지 않고
나에게만 오만하게 군다면
내가 슬픔의 맘에 차지 않은 것이다
슬픔이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헷갈린다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슬픔이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건 뭘까
슬픔이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오만하게 군 것은
슬픔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내가 슬픔에게 오만하게 군 걸로
슬픔의 오해를 사
슬픔이
나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 위해서
오만하게 구는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건
나를 시퍼보는 건데
슬픔이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것 역시
나를 시퍼봐서일까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나에게 오만하게 구는 슬픔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가까이 지내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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