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강진만이 묵은 갈대들에게 예를 다하고 있다
박문약례博文約禮를
가슴에 새겼을 리 없는
백조의 호수
강진만이 묵은 갈대들에게 예를 다하고 있다
하루에 두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다가
강진만을 다시 찾은
백조를 비롯한 철새들이
묵은 갈대들의 애를 먹인 적이 없다
나이 들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일사분란한 묵은 갈대들에게
백조를 비롯한 철새들이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러지
배운 게 많을 것이다
강진만에서
누구에게 가장 배울 바가 있냐고
백조를 비롯한 철새들에게 물으면
다들 부리를 모아
일사분란한 묵은 갈대들이라고 할 것이다
나이 들면
푸대접 받기 쉬운데
묵은 갈대들은
강진만 누구에게도
푸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박문약례博文約禮가
뭔 말인지 알 리 없는
백조의 호수
강진만이 묵은 갈대들에게 예를 다하고 있다
* 박문약례(博文約禮): 유교 경전인 『논어(論語)』에 나오는 구절로 공자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博文約禮, 亦可以弗畔矣夫박문약례 역가이불반의부
널리 배우되, 예로써 그것을 절제하고 조율하면 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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