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불의에 남편을 잃은 가장의 사연(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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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불의에 남편을 잃은 가장의 사연(Ⅱ)
  • 장강뉴스
  • 승인 2024.03.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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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미(강진동성향우)
서상미
서상미

 

부부로 맺어 끝까지 랑면한 삶이길 간절히 바랐으나 염려했던 일들이 현실에 놓였다. 작은 바람과는 무관하게 산산조각이 나고 무력한 난관에 부딪혔다.

내일 죽어도 이 순간 배는 불러야 되는 단순하던 사람, 내일 일을 내일 닥쳐봐야 된다며, 위풍당당히 맞서며 사람 갖은 지혜로 작업해봐도 어느새 원점, 나의 지혜로는 내면의 아집은 숨죽여 바로 세울 재간이 없었다.

그런 부모로부터 이어온 부(夫)라는 소유의 실체인 아집으로 서서히 무너지게 한 것이다. 남자는 산에서 깊게 곤히 잔다. 본디 낙천적이고 고민 따윈 싫어하고 무계획 방식이 결과론자 책임지지 못한 행위의 흔적만 즐비하다.

노아 아들들을 버리고 이승을 하직한 배은망덕한 측은한 사람, 가을이 저물었다. 겨울은 나에게 너무 추웠다. 이듬해 봄은 더 지독히 차가웠다. 그의 늑골이 썩기도 전에 모자는 이집 저집으로 이사를 몇 차례 거듭했다.

단란하던 가족의 삶은 엉망진창 나락에서 뒹군다. 예고 없이 불행은 누구에게도 올 수 있다. 죽음이 몰고 온 환란은 무엇에 견줄 수가 없다. 환란 속에는 분명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을 것이라 믿어진다.

믿고 의지하고 남편을 하느님 대하듯 순종한 나에게 죽음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 운명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남기고 간 것은 상속받은 것까지도 빈손이다. 빈곤 앞에 나와 아들들 눈에 흐르는 물줄기는 또렷한 눈물이었다.

반려자라서 한계를 드러내게 한 결과 벼랑 끝 난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희미하게 희망의 끄나플을 놓지 않으려 위태롭게 걸어온 길 왜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났는지 혼란한 내 모습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의문이다.

무언가에 쫒기 듯 매이기도 또 바쁨과 매임의 이유는 다 의미 있는 일이었다. 배우자의 인격을 존중하며 인정해준 대가가 참혹하다. 변명조차 들을 수 없는 피끊는 가슴앓이를 내가 자초할 행위는 어디 있었는지 반추해본다.

인내하면 좋은 날 있겠거니 하는 착각으로 무모한 모험을 한 나를 꾸짖는다, 마음이 빚어낸 악한 기운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삶 속에서도 거드름을 피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허나 지금은 피폐해진 가슴과 그이가 주고 간 빈곤이 남은 생의 동반자,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지만 누구나 가난한 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난해지면 우선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이웃사촌보다도 못하다.

가까운 시선과 입방아까지 감내해야 할 몫이야 원점부터 다독인다. “넌 잘 해낼 수 있을거야” 하며 나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사력을 다해 남은 생을 살면 훗날 영광스런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신앙에 맘을 기대 충만한 기쁨으로 산다면 삶은 달라질 것이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파노라처럼 돌아간다.

매일의 삶을 불안한 둥지를 튼 듯 안절부절 못한다. 꿈을 꾸었는지 어지럽다. 생면부지 전라도 땅에서 나름대로 바삐 살아온 만큼 성취감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둠으로 빛이 가렸다. 살다 보면 짐이 덜어질 때가 있을 터 은밀한 내 공간에서 묵묵히 일을 할 것이다. 혼미하고 경직된 상태로는 현실을 직시하는 통렬한 판단이 흐리다.

삶의 궤적 가운데 파란곡절이 있었던들 언젠가는 찬란한 대열에 합류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남의 시선과 다르게 살아온 저는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 자격증을 취득하여 가장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하지만 가장의 리더는 못미처 주간에서 야간으로 돌려 수당을 조금 더 받기 위해서이다. 날이 갈수록 힘든 나날이었다. 이것이 가장으로 두 아들을 양육하기에는 역부족으로 자신을 뒤돌아 볼세 없다.

사랑하는 남편도 날이 갈수록 희미해진다. 이때까지 살아온 만큼 지난 삶의 편린들을 반추하며 남은 여정을 겸손하게 잘 마무리하고자 한다. 낮은 자리에서 내 삶의 고난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부딪쳐 보리라 다짐한다. 이것이 인생살이 불의에 남편을 잃은 나의 사연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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