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장흥군, 선비정신 길러낸 정사회(亭榭會)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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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장흥군, 선비정신 길러낸 정사회(亭榭會) 개최
  • 장강뉴스
  • 승인 2023.08.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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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길(장흥군 문화관광해설사협회 회장)
문병길 회장
문병길 회장

장흥군 부산면 부춘정에서 지난 8월 8일 (화)오전 11시에 장흥군 정사회(회장 위재원)모임을 장흥부군수 조석훈, 박형대 전남도의원, 장흥군의원(김재승, 윤재숙, 유금렬, 백광철), 정사회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장흥군 정사회는 조선시대 7정자(용호정, 동백정, 농월정, 서륜당, 독우재, 경호정, 영귀정)마다 독특한 시회(詩會)를 운영해오다가 1962년에 경호정에서 다시 조직되어 60여년 동안 매년 입추날 개최해 오고 있다.

예양강(탐진강)변에는 현재 8정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옛날에는 부산면에 20여개 정자가 자리하여 향사회, 낙양회, 죽계회 등 모임이 있었고, 양사회와 강친계가 활동했던 것으로 보여 문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위재원 회장은 “옛부터 정자가 많이 자리했던 부산면은 아름다운 지역이며 선비정신을 길러냈던 유서 깊은 고장이여서정사회 모임을 발전시키고 현실에 맞게 운영하여 후손에 전승해야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2018년도에 부산면장으로 재직하면서 잊혀진 옛 정자 15개소(농월정, 서륜당, 삼가정, 지천정, 독우재, 소옹정, 읍청정, 월계당, 병간정, 수인정사, 화수정, 풍암서실, 서경당, 송암정, 묵우당) 홍보안내판을 설치했다.

그 공적를 인정받아 이날 공로패를 받은후 김길통(청풍인)이 1465년 전라도관찰사로 부춘정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을 순찰하고 남겼던 시를 낭송했다.

어리석은 몸이 운이 좋아 성군을 만났는데 凡庸幸遇聖君知

맡기신 벼슬 나이 들었다고 꺼리겠는가 杖鉞何嫌白首時

온 세상을 유람하는 데도 좋은 일 많으니 冣好巡遊湖海路

반드시 궁궐의 요직만이 고상한 것 아니다. 不須高步鳳凰池

세상살이는 반드시 옳고 나쁨의 분별이 없으니 乾坤未必分輕重

매화와 살구꽃은 빠르고 늦음이 있을 뿐이네 梅杏終然有早遲

인생살이는 원래 모두가 그와 같은 법 世事元來皆此類

유학자들이 쓴 장보관(章甫冠)이 출세기반을 애시초 그르쳤겠나 儒冠初豈誤身基

■ 부춘정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 소재지: 장흥군 부산면 부춘길79

○ 문화재지정: 전라남도 지방기념물 제67호

○ 부춘정 연혁

문희개(1550~1610)의 부친 문위천이 1560년경 7개마을 여울물이 깎아진벽을 감도는 터 위에 정자를 창정하여 정자이름을「청영정」이라 하였다.

그러나 언제부터 부춘정으로 정자이름을 바꿔졌으며, 정자 앞산에 망군의 정을 그리면서 문희개(1550~1610)가 매일 선조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해 배례했다는 「통훈대부 고창현감 문희개 망군대비」가 자리하고 있다.

문희개 후손 문상질이 매일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해 배례하던 곳에 세운 그 당시 비석은 풍화작용으로 비문이 마모되어 식별할 수 없으나 현재 중견된 비문은 문재성이 글을 지었다.

정자 아래쪽 동강(예양강)에는 ‘용호’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있다. 김길통(1408~1473) 전라도관찰사가 이곳 부춘마을을 찾아 산수풍경을 즐겼다는 인연 때문에 후손 김기성은 1838년 부춘정을 매입해 지금은 청풍김씨 수암공파 소유가 되었다.

1839년 후손 김유실이 중수하였으며 정자건물은 정면3칸 측면3칸에 팔작지붕을 하였고 안으로 각 2칸씩 온돌방과 대청을 두고 앞 뒤 반 칸 폭 툇마루를 두었다. 건물내부에 28개 편액이 전한다.

○ 부춘8경(富春八景)

1경 동강어수(桐江漁水)

엄자릉의 기풍 고금(古今)이라 다를손가 絲風動古今同一

칠리탄 흐르는 물 저녁 무렵 소리나네 七里灘聲薄暮中

물밑 어용(魚龍)도 문장(文章)을 아는 듯 싶고 水底魚龍猫識字

사람은 밤 붙잡고 돌아간데 부춘정은 높드라 一歸夜火富春崇

2경 연주목적(烟洲牧笛)

소등에 앉았으니 옷자락은 쇠코에 나부끼고 牛背飄飄犢鼻衣

앞 시내 풍우소리 의의하여 前溪風雨響依依

사양길에 초가일곡 부르며 樵歌一曲斜陽路

그 뉘가 춘산(春山) 그림자속으로 돌아오네 宛踏春山影裏歸

3경 능파조대(凌波釣臺)

맑은 바람 칠리탄에 낚싯대 드리우니 淸風七里一絲裁

천지가 아껴놓은 옛 조대로다 地祕天慳古釣臺

우습다. 저 능파 위의 경치는 笑指凌波波上景

엄자릉이 죽은 뒤에 주인이 왔네 子陵去後主人來

4경 평사낙안(平沙落雁)

기러기 추남춘북(秋南春北)으로 오간다더니 秋南春北去來云

달 밝은 모래밭에 기러기 무리짓네 明月平沙落雁群

새도 또한 소리 듣고 산수 있는 곳 아니 鳥亦知音山水在

쉬엄쉬엄 돌아오며 서로 이별할까 두려워하네 等閑回處恐相分

5경 칠리평탄(七里平灘)

여울이 일곱 마을을 도니 물소리 들리고 灘回七里漸聞聲

흐르는 물결 굽이굽이 맑도다 滾滾凌波曲曲淸

노는 사람 이를 알아보는 꾀가 있으니 遊者知斯觀有術

늙은 주인 엄자릉이 전송하네 主翁傳頌子陵名

6경 인산낙조(仁山落照)

똑딱 배 옛 물가에 비가 내린데 扁舟古渚雨霏霏

멀리 수인산에 지는 해를 가리키네 遙指仁山掛夕暉

강정(江亭)에 손님들 흥에 겨워서 客興江亭猶末了

한 잔 술에 시 읊으며 낚시터로 내려가네 一觴一咏下烟磯

7경 사악제월(獅岳霽月)

사자산 한 맥이 용호에 이어지니 獅岑一脉接龍湖

밝은 달 물결에 아롱져 그림같이 비추네 霽月凌波映畵圖

강정(江亭)에서 시주(詩酒)로 고기 낚는 흥취는 詩酒江亭漁釣興

푸른 산 달빛 아래 주객이 즐기네 山含皓影主賓娛

8경 안영귀운(鞍嶺歸雲)

무심코 나타난 맑은 기운 무르녹으니 出峀無心淑技濃

돌아갈 때 울퉁불퉁 기봉이 드러나네 歸時嵂元露奇峰

풍연이 완연히 신선의 경지를 이루니 風煙宛闢仙人境

비개인 뒤 산 빛이 태고의 모습일레 雨後山光太古容

■ 맺음말

조선말기 문인 연재 송병선(1836~1905)이 이곳 부춘정을 찾아와 친필로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 즉 높은 벼슬과도 바꾸지 않은 이 강산이다”라고 7글자를 바위에 새겼다. 얼마나 아름다운 강산이었으면 나라를 운영하는 높은 벼슬과 바꾸지 않겠다고 했을까? 그래서 부춘경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찬미한 부춘8경을 수록하였다.

장흥군 부산면 부춘마을에도 칠리탄이 있다. 칠리탄은 엄자릉의 높고 개결한 뜻을 본받아 지은 명칭이며 칠리탄을 동강(桐江)이라고 부른다.

부춘정 앞 강변의 바위에 “용호(龍湖)”라고 새겨진 옆에 “칠리평탄(七里平灘) 일사청풍(一絲淸風) 이라는 글씨를 새겨서 ”7개마을 펑퍼짐한 여울에 한가닥 맑은 바람이다.“라고 그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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