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행복의 원천 기술(幸福源天技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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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행복의 원천 기술(幸福源天技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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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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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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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늙어 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다. 이 말을 남긴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아미엘은 60세의 나이에 생을 접었다. 평균 수명이 45세인 시대에 살았으니 오래 살았던 셈이다. 4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던 아미엘의 성찰은 21세기에 이르러 더 공감을 얻었다. 한국인의 수명도 이젠 80세에 육박한다.

인생은 흔히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자기 현실을 추구하는 가운데 노화가 시작되는 제3연령기, 서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제4연령기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크게 연장된 것이 제3연령기 즉 써드 에이지다. 80세를 사는 사람이라면 40세부터 70세까지 30년에 이르는 기간이다. 한 인생으로서의 성공 여부가 이 시기를 얼마나 잘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 중년 이후, 라는 책에서 중년이 되면 더딘 인생을 탓하지 말라. 완성이 늦을수록 성취감은 숙성돼 그 맛이 그윽하다는 지혜를 전했다.

로마정치가 키케로는 노년론에서 큰일은 육체의 힘이나 재빠름이 아니라 사려 깊음과 판단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며 노년의 장점을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감된 월리엄 새들러의 써드 에이지는 40대 이후의 삶에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즉 중년의 정체성을 세우고 자신을 배려하는 삶을 살며 일과 여가를 조화시키고 현실과 낙관주의 성찰과 실행 개인의 자유와 타인의 관계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늙어 가는 지혜는 한국인에게도 절실하다. 기러기 아빠로 대표되는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한국의 중년들은 갑자기 다가온 써드 에이지 가 낮설고 당혹스럽다. 벌써 일터에서 밀려날 처지가 되어버린 그들의 앞에는 근심과 고통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 생활에 어려우니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우울증을 이겨내려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행복의 열쇠다. 사랑하는 기쁨과 사랑을 받는 보람을 가질 때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되고 축복하게 되고 기도하게 된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할 때 행복하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몸만 건강하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스스로를 다스리며 정신을 맑게 하고 공동체 속에서 만족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건강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복의 조건으로 영적 건강을 추가했다. 영적 건강이란 단순히 개인의 심적 안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가령 명상을 통해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지만, 영적 건강은 얻을 수가 없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현실의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삶에 임하는 것이 영적 건강의 기본이다, 고 규정했다. 권교수는 영적 건강의 대표적 사례로 자원봉사를 꼽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도와줌으로써 만족을 느끼고 그 결과 인간의 고귀함을 맛보면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감을 테레사 효과라고 한다.

나는 돼지 저금통장에 동전을 모아둔다. 돼지가 무거워지면 수술을 한다. 그러면 동전이 우르르 쏟아져 지는 쾌감은 형언할 없이 기쁘다. 그 돈을 장애인들에게 건네주고 오는 날은 구름을 밟고 오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백 원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다.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논어(12권 10장)에 나오는 애지욕기생(愛之浴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일은 남의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생명을 지켜주는 일이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는 것을 흐른다, 고 한다. 유수(流水)처럼 강물처럼 흐른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은 강물처럼 소리 내지 않고 흐른다. 봄이 오는가 했더니 여름이 오고, 여름이 오듯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그리고 겨울이 가듯이 봄이 또 왔다. 엊그제 소년 소녀였던 우리가 어느 사이 눈시울에 주름이 보이는 중년이 되었다. 시간은 낮과 밤을 바꾸고 계절을 바꾸고 생명의 성장과 그 소명을 가져온다.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삶을 뜻 있게 가꾸어 꾸며 나가야 한다. 그것이 생존의 의미요 행복의 원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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