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열여덟가지 뒤틀림[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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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열여덟가지 뒤틀림[拗]
  • 장강뉴스
  • 승인 2023.07.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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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고려대학교 특훈명예교수)
심경호 교수
심경호 교수

“한 사람의 저술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읽은 서적을 모두 읽어야 한다.” 어려서 윗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몇 년 동안 『성호사설』 을 읽고 있는데, 성호 이익이 다룬 많은 자료들이 원래 어디에 들어 있던 것인지 몰라 고생하고 있다.

50대 이후 천지ㆍ만물ㆍ인사ㆍ경사ㆍ시문 등 5부문에 걸쳐 수시로 변정(辨正)하고 상론(尙論)하며 현실정치에 대해 제안(提案)한 단편 논문들을 집성하여 『사설(僿說)』 이라고 했다. 조카 이병휴(李秉休)가 모두 3,008항목을 정리했다. 이익은 33세 때부터 50대까지 모두 11종의 질서(疾書)를 저술했다. 『사설』 은 『질서』 의 사유방법이나 내용을 계승한 것도 있고 수정한 것도 있다. 요컨대 이익의 초만(初晩) 학설이 같을 수 없다.

이익은 자신의 저술을, 경학 연구논문, 사물에 가탁하여 자신의 뜻을 표현한 것이나 남들과 주고받은 시문, 세상과 크게 관계가 없는 쓸모 없는 말의 셋으로 구분했다. 물론 세 번째 부류는 겸손과 자조의 뜻에서 그렇게 규정한 것이다.

ⓐ 경설(經說) ⓑ 저술 : 사물에 의탁한 것, 남들과 수창한 것, 서(序)ㆍ기(記), 논(論)ㆍ설(說)

ⓒ 사설 : 쓸모없는 말, 소인의 사소한 말(=小說)

이익은 ‘사설’의 소재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경전과 사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어서 생략한 것이다.

전기(傳記), 자집(子集), 시가(詩家), 전문(傳聞), 회해(詼諧)

전기ㆍ자집ㆍ시가는 고전과 당대의 문헌, 중국과 조선의 문헌을 포괄한다. 전문에는 친지로부터 들은 견해만 아니라 생활지식(local knowledge)도 있다. 분야설, 천견설, 풍수설 등은 생활지식이다. 회해는 우언의 양식을 말한다. 또 『사설』 에는 제안(提案)의 언술이 많다. 계세(戒世)도 있고 자계(自戒)도 있다. 이 모두가 이익의 사유방식과 관련이 있기에, 논거가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설』 에서 이익은 “지난날 ’강감금단(綱鑑金丹)‘이란 것을 보았는데, 명 태조가 태어난 날부터 정통(正統)의 호칭을 붙였으니, ‘문승지폐(文勝之蔽)’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비판했다. 명나라 역사서술가가 정통론을 고집하여 실제 역사를 왜곡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익이 강목류의 정통 사상과 거리를 두었던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강감금단’의 명칭은 『사설』 에서는 여기에 한 번 나오는데, 종래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었다. 2022년 11월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주관 한국·중국·일본 문헌학자의 화상회의를 위해 졸문(「明淸 綱鑑과 通紀의 朝鮮 流入과 그 歷史文化上의 影響에 대하여」)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그 책이 명나라 반광조(潘光祖) 편찬의 『정침반의승선생찬집(鼎鋟潘義繩先生纂輯) 통감금단(綱鑑金丹)』 이라는 것을 알았다. Nicolas Standaert[Professor of Sinology at KU Leuven]가 논문에서 밝혔듯이, 그 유일본이 한국 동국대학교에 있었다. 놀랍게도 근세의 승려이자 학자 박한영(朴漢永, 1870~1948)의 구 장서였다. 이전의 소장자나 박한영의 소장 경위는 알 수가 없다. 정말로, 모르는 것만 늘어간다! 『사설』 에서 인용한 서적을 늦게라도 확인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설』 에서 이익은 노인으로서 열 여섯가지 뒤틀림[拗]을 언급했다. 송나라 태평노인의 『수중금(袖中錦)』 에 이미 열가지(5×2=10)를 꼽았다. 낮에 졸다가도 밤이면 잠이 오지 않는 것, 곡할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는 것, 3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눈앞 일은 금새 잊어버리는 것,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넣지 못하고 이빨 사이에 끼는 것, 희던 얼굴은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희어지는 것 등이다. 여기에 이익은,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면 조금 보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면 희미한 것, 가까이의 말은 알아듣기 어렵지만 고요한 밤에는 비바람 소리만 들리는 것, 배가 자주 고파도 밥상을 대하면 먹히지 않는 것 등 여섯(3×2=6)을 보탰다. 나는 여기에 둘(2×1=2)을 보탠다. 어디에서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막상 그 책을 찾아보면 거기에 없는 것.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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