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정으로 사는 삶(多情佛心之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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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정으로 사는 삶(多情佛心之居)
  • 장강뉴스
  • 승인 2023.06.1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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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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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며 사랑이나 친근감을 염려하여 헤아리는 마음을 이룬 두 요소 중의 하나는 곧 이지적인 요소에 대해 극히 감동적인 요소 즉 정성을 다해 사랑하다, 애정을 기울리다, 정을 통하다, 부부 사이가 아닌 남녀가 불의의 관계를 맺다.

우리 인간의 삶에 있어서 정이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어 사전적 정이란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또는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참된 생각 남녀 간의 애정이라 한다.

또 삶이란 사는 일 또는 살아 있는 일 생(生)이라 하고 정이란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무형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고(故) 박종화 시인은 “다정불심(多情佛心)에 정을 한번 알게 되면 또다시 대하고 싶은게 정이올시다. 정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물 같아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것이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 정에는 애정, 인정, 동정, 다정, 표정, 물정, 연정, 진정, 무정, 후정, 박정,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말이 쓰여지고 있다.

그러나 정은 상대가 없이는 감동되지 않는 관계적인 용어이다. 임춘식 교수는 ‘성은 늙지 않는다’에서 정을 불에 비유했다. 지학(志學)인 10대의 정은 번개불 정이요, 이립(而立)인 30대인 정은 장작불 정이며 불혹(不惑)인 40대의 정은 화로불 정이요, 지명(知命)인 50대의 정은 담뱃불 정이고 이순(耳順)인 60대의 정은 잿불 정이며 종심(從心)인 70대의 정은 반딧불 정이라 했다.

또한 예기(禮記)에 보면 기쁨과 성냄,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미움 요정에 대하여 말하고 일곱가지의 감정을 칠정(七情)이라 하고 누구나 다 일어나는 본능이라고 정의 불하고 있다.

그러나 옛 선인들은 이러한 정(情)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품이나 약에도 정(情)이 있다고 하여 이것을 식정(食情) 또는 약정(藥情)이라 하여 음식을 요리할 때나 병을 치료할 때나 재료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가를 살펴서 조화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즉, 이런 경우를 음식 궁합이니 양식 궁합이니 하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어느 시골에서 사는 아버지가 대학을 다니는 이들에게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와 용돈을 보내주기 위해 논과 밭을 다 팔아 보내주다가 이제는 더이상 보낼 줄 돈이 없어 송금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급히 전보를 보내기를 ‘당신 아들 굶어 죽어가니 빨리 돈을 보내주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전보를 받아본 아버지는 이제까지 정들었던 아들에 대해 온밤을 지새우며 고민을 하던 끝에 “오냐, 아들아, 굶어 죽던지, 네가 빌어먹고 살던지, 알아서 해라”라고 답장을 보냈다.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아 본 아들은 그날 이후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채 혹독한 마음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어 모으기 시작했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아버지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되자 서둘러 고향집으로 달려왔으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시고 안 계셨다.

아들에게 남겨둔 아버지의 유서 한 장을 전해 받고 읽어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를 기다리다 결국 못 보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 내가 너와 소식을 끊은 뒤부터 단 하루도 고통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단다. 이 애비는 너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아버지의 너를 사랑하는 마음과 정을 눈에 보여줄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늘 가슴속에 깊이 묻어 두며 사라는 거란다.” 이 유언장을 읽어 내려가던 아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아버지의 모습이 그리워,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정(情)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에 약하고 눈물이 많은 민족이다. 그런데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 사방이 꽉 막힌 아파트 문화권에 살다 보니 이웃 간의 정도 가족 간의 정이 날이 갈수록 퇴색되어 이웃사촌이란 정겨운 말도 사라지고 말았다.

아름답고 진실한 삶을 위하여 대자연의 순리에 삶의 정을 맡기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탐욕도 부귀도 다 버리고 주어진 천명을 다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요 정이란 생각이 든다. 천명이란 성의 허준 동의보감에서는 4만 6천 2백일 기준으로 말하는데 길다면 길지만, 너무나 짧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정에서 노염이 난다. 인생은 정 때문에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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