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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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말
  • 장강뉴스
  • 승인 2023.03.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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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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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말이다. 이름을 사랑과 존경으로 빛나게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이 빛나는 것은 영광스럽고 명예스런 일이요, 자신의 이름이 더렵혀지는 것은 수치와 치욕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우리는 조상님들로부터 이름을 주제로 한 속담과 성어(成語)들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호사유피(虎死留皮)는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살아생전에 자신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가족은 물론이고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민족 세계를 위하여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한다. 지혜로 덕을 베풀어 후세 사람들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공자는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요 학자이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보니 봉건질서가 무너져 예제(禮制)가 없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君君臣臣父父子子)하는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고 각자 정해진 신분과 지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공자는 목숨을 걸고 촌음을 아껴가며 공부를 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는 논어(論語-유교의 경전, 공자와 그의 제자의 언행이 기록된 책)의 첫 부분에 씌어져 있다. 여기에서의 배움은 공자가 주장한 극기복례(克己復禮)인 예(禮)로 그 당시 주나라의 전통적인 제도인 문화, 문물, 사상, 예법을 총체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공자는 ‘교육이 희망이다’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유교(儒敎)의 도덕사상으로 사람이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도리인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만들었다. 삼강으로는 군위신강(君爲臣綱-신하는 임금을 섬겨야 한다) 부위자강(父爲子綱-자식은 어버이를 섬겨야 한다) 부위부강(夫爲婦綱-아내는 남편을 섬겨야 한다)의 3가지 강령(綱領)이다.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리는 친애에 있어야 한다) 군신유의(君臣有義-임금과 신하 사이의 도리는 의리에 있다) 부부유별(夫婦有別-남편과 아내 사이의 도리는 서로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장유유서(長幼有序-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도리는 엄격한 차례가 있고 복종해야 할 질서가 있어야 한다) 붕우유신(朋友有信-벗과 벗 사이의 도리는 믿음에 있다)인 다섯가지 인륜(人倫)이다.

꾸준하게 공부하여 지도자가 된 공자는 3,000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출신 성분 사회적 지위를 상관하지 않고 배우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주었다. 그 당시 공자의 중심 사상인 인(仁)은 선(善)의 근원이 되고 행(行)의 기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뭇 사람들에게 이상적 정치와 문화 사회관계를 제시하여 이상주의자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공자가 유산으로 물려준 주옥같은 인예(仁禮)사상은 지구촌 모두 식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의 기본적 윤리도덕으로 일상생활까지 깊숙이 뿌리박혀 존중되고 있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고려말에서 조선초까지의 문신 겸 학자인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조선이 개국 된 후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수도건설공사의 총책임자를 임무를 수행한 정도전은 한양에 위치한 성문의 이름과 한성부의 5부 52방 이름을 지었다. 그의 정치적 이상은 공자와 맹자가 꿈꾸었던 요순시대의 도덕정치 또는 의리정치인 이상 국가를 조선에서 이루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도전은 도성 축조 공사(1396) 때 성문의 각종 상징물에 유교의 덕목이나 가치가 담긴 의미를 부여했다. 임금과 함께 한양 4대 문 안에 사는 사람은 다섯가지의 양심(도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살아야 된다는 뜻으로 동대문은 인(仁)을 취하여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의(義)를 취하여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禮)를 취하여 숭례문(崇禮門) 북문은 지(智)를 취하여 소지문(紹智門) 뒤에 숙정문(肅靖門)으로 개명 이름 지었다.

서울의 중앙에 위치한 종로의 종각은 오행의 신(信)을 취하여 보신각(普信閣)이라고 정했다. 그래서 한양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다섯가지 덕을 상징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인사를 붙이다’는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한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말은 자신의 이름이다. 호사유피를 행동으로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준 공자처럼 살아야 한다. 앞서간 선인의 발자취를 거울삼아 후대에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정도전의 덕목을 본받아야 한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다 갈 것인지의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이왕이면 자신의 이름을 주제로 시도, 한편 아름답게 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울 후대를 위해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을 자신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영원히 남겨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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