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첫’ 도전이 ‘7일간의 기적’으로 빛난 강진청자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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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첫’ 도전이 ‘7일간의 기적’으로 빛난 강진청자축제
  • 장강뉴스
  • 승인 2023.03.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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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석 진도군청 홍보팀장
오귀석 진도군청 홍보팀장
오귀석 진도군청 홍보팀장

첫사랑, 첫눈, 첫걸음. 거의 대부분의 ‘처음’은 설렘이나 기대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처음’이 ‘도전’이나 ‘변화’와 결합하면 두려움과 망설임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된다.

특히 ‘첫 도전’이 수십 년에 걸친 오랜 세월 동안, 마치 관례처럼 굳어져 버린 틀을 깨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강진군이 그 틀을 보란 듯이 멋지게 깨트렸다.

강진군은 지난달 23일부터 3월 1일까지 1주일간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에서 강진청자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청자축제를 두고 수많은 언론이 ‘초대박’이라며 1면 타이틀을 장식했다.

축제 기간 동안 인구 3만 4천 소도시 강진에 10만 6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부러운 건 51년 역사에 매몰됐던 ‘여름 축제 프레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철 태풍, 홍수, 폭염 때문에 그동안의 청자축제는 관광객과 강진군 모두에게 말 그대로 ‘고역’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글대는 뙤약볕 아래서 오지 않는 차량을 기다리며 경광봉을 힘없이 흔드는 군청 직원들 사이에 ‘강제 다이어트 현장’이라는 자조 섞인 넋두리가 유행어처럼 번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오랜 논의 끝에 강진군은 겨울의 끝자락이자 새봄이 시작되는 2월 말로 개최 시기를 변경했다. 주민 87%의 동의를 얻었다지만 ‘차라리 여름이 낫지 무슨 칼바람 부는 겨울에 축제냐, 대체 누가 오겠냐’는 의견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첫 겨울 개최’라는 우려 속에도 축제는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평일 개장 첫날 1만 4천여 명이 방문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필자도 축제 현장이 궁금해 하루를 할애해 강진을 찾았다.

한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은 초입부터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간혹 찬 바람이 불면 옷을 여미거나 손을 호호 불어가며, 다음 체험장으로 향하곤 했다.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경쾌했으며, 표정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 완화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관광, 소비 심리가 되살아난 덕도 있겠지만,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힘은 역시 ‘콘텐츠’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들어선 LED 빛 조형물들이 저마다의 색감을 뽐내며 황홀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눈썰매부터 족욕, 불멍캠프까지 계절과 어울리는 콘텐츠들로 채워져 있었다. 어딜 가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부모님들에게서도 자연스러운 ‘엄빠미소’가 보였다. 축제장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에서 오랜 시간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여러 해 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역의 다양한 축제 현장을 다녀본 결과, 강진군의 이번 ‘겨울 비수기 틈새시장 공략’은 완벽하게 관통했고, 방문객 타게팅도 정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진군의 결단이 이번에도 기적을 만들어 낸 셈이다.

해맞이 축제 같은 단발성을 제외하고, 올해 전남‧광주 첫 축제의 포문을 열었던 강진군의 과감한 결단과 새로운 도전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읍내 곳곳에서 봤던 유행어 패러디 플래카드 문구를 응용해 본다. 파이팅 강진군! 멋지다, 강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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