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청춘청자(立春靑瓷)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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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청춘청자(立春靑瓷)라!
  • 장강뉴스
  • 승인 2023.02.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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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강진청자 도예가․전라남도 공예명장)
김경진 도예가
김경진 도예가

제51회 강진청자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며

강진청자축제는 도자기 문화뿐만 아니라 남도 1번지 강진의 참맛을 널리 알리는 전통 있는 축제로서 문화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대한민국 대표의 고품격 축제로 정평이 나있다. 국내 도자기 축제가 여러 지자체에서 개최되고 있으나 누가 봐도 강진 축제가 으뜸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코로나로 잠시 멈추었던 기간을 제외하고 강진청자축제는 매년 7월에 개최되어 남도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는 대표 콘텐츠였다. 늘 축제를 준비하며 청자를 만들었던 나의 손은 불과 물, 흙, 그리고 땀으로 합쳐진 뜨거운 여름의 청자 맛을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단련된 손과 다져진 나의 몸은 ‘청자를 빚고 강진을 지키자’는 필자의 도예 철학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제51회 강진청자축제는 2월 23일에서 3월 1일까지 7일간 열린다고 한다. 코로나로 뒤바뀐 세상을 다시 재창조하는 지금 시점에 남도 봄의 시작을 강진청자축제가 먼저 알린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51회를 맞는 강진청자축제를 사람 나이 50살 지천명(知天命)의 뜻처럼 하늘의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알고 새로운 시작의 각오로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니 축제를 늘 참여했던 도예가로서 정말 든든하다.

강진청자축제가 지금까지 50회 동안 최고의 청자를 배출하여 많은 도예가를 성장시켰고 지역을 하나로 결집하여 우리 강진군을 남도의 1번지로 자리 잡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면,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는 제51회 강진청자축제는 더 큰 꿈을 주는 지금까지는 완전 다른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실현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도예가인 필자의 마음도 여느 때와는 다르다. 지금까지 여름의 뜨거운 열정으로 청자를 빚었다면 만물의 시작을 여는 봄의 이치를 깨달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흙을 대하고 있다. 남도 1번지 봄의 시작을 강진청자에 담을 수 있다니 도예가로서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고 감사한 일임을 알고 입문할 당시의 마음으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만물의 시작인 봄을 여는 청자 축제라. 입춘청자(立春 靑瓷)라고나 할까. 어쩌면 남도의 찬란한 봄을 표현하는데 청자의 비색이 가장 제격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뿐만 아니라 강진에서 같이 청자를 빚는 도예가 모두 그런 마음이고 더불어 이번 강진 청자 축제를 맞이하는 자세도 사뭇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푸름의 향연을 마음껏 펼치고 청자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우하고. 그리고 강진청자축제가 단순히 도예가 만의 축제가 아닌 강진 군민 모두의 축제, 전국 대표 축제로서 모처럼 강진군의 모든 문화가 모여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장(場)이 될 것이라니 상상만 해도 기쁘다.

대한민국에서‘입춘(立春)-봄이 오는 즐거움을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에 오직 ‘강진청자축제’라고 말하며,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제51회 강진청자축제를 꼭 방문하기를 바라는 도예가의 미천(微賤)한 마음을 전한다.

※1980년 도예에 입문한 청자 도예가 김경진은 1986년 청자기능보유자인 고현(古現) 조기정 선생의 문하에서 강진청자의 전통 제작기법을 전수받고 600년 동안 단절됐던 강진청자 재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전라남도 공예명장으로 선정되었고, 전국 공예대전에서 다수의 수상을 하는 등 강진 청자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현재는 강진청자를 통해 한국 도예를 이끄는 장인의 반열에 있다. 더불어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강진청자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강진청자 산업화와 대중화에 헌신했고 호남대, 전남도립대 등에 출강해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도 청자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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