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지방자치와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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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지방자치와 투자유치
  • 장강뉴스
  • 승인 2023.01.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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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천 윤영갑(작가, 자유기고가)
윤영갑 작가
윤영갑 작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어처구니’는 맷돌 손잡이를 말한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현은 어이없다 황당할 때 쓴다. 전라도 말로 ‘얼척없다’고 한다. 원래의 뜻은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그 손잡이가 없어서 황당한 상황을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여 1952년 4월 지방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1961년 9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법의 효력을 정지했다가 1988년에 지방자치법 전문 개정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었다. 이후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현재의 민선 시대가 유지되고 있다.

민선자치시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투자유치를 통한 지역발전을 제1의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게 공적인 약속이 아닌 허공에 내뱉는 빌 공자 空約이 될지언정 후보들의 선거홍보물과 유세를 들으며 주민은 잠시나마 지역의 보랏빛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만큼 투자유치는 민선시대 지역발전의 견인차역할을 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투자유치와 기관 유치는 단순히 기업이나 기관 하나가 지역에 들어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세수 증대는 물론 인구 유입 효과가 너무도 크다. 농촌지역 소멸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신생아 출생장려금 지원정책보다 몇배 나은 효과를 가져온다.

대다수 농촌지역 자치단체가 투자유치를 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때로는 하나의 기관이나 업체를 두고 수십개 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도로개설, 지구단위계획변경, 공유지 교환 또는 장기 임대를 제시 등 각종 혜택과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제발 우리 지역으로 와달라고 사정한다. 필자가 몸담았던 강진군만 해도 그렇다. 투자유치와 함께 미래 발전을 도모할 전담부서를 만들어 투자유치에 힘을 쏟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민선자치시대이기에 가능했던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골프장 건설을 희망하는 투자자를 찾아 우리 지역에 건설토록 설득하고 토지매입에 지역 공무원들이 나서서 토지소유자를 설득하고 나선다. 투자유치부서 공무원에게 인사상 가점을 주면서까지 투자유치를 독려한 게 자치단체장이 개인적 이익을 보려 하는 것이 아니다. 골프장이 들어 섰을 때 세수 증대와 지역주민 고용을 통한 일자리 확대, 식당이용객 증대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도맡아 잘 운영하고 있던 군 금고를 일반시중 은행과 복수 금고로 지정하는 것도 그렇다. 그 시중은행이 이뻐서가 아니다. 혹여 이용률이 떨어지거나 거래액이 부진해 그 기관이 인근지역과 통합되거나 기관이 철수할 경우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일 수 있다,

공무원교육기관인 전남인재개발원도 그렇다. 광주에 있던 당시 공무원교육원을 15개 시군과 치열한 경쟁 끝에 다산초당 아래 자리를 잡도록 유치한 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위한 것은 아니다. 교육생들이 지역 내에서 북적거림으로서 시내 상권활성화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현지인들도 하루아침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삶의 터전을 내어주면서 지역발전을 염원한 살신성인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군민장학재단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학생들의 관외 유출을 막고 장학 지원을 통해 지역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적 차원일 뿐이다. 재단 이사에 지역 내 유력인사 및 재력있는 사업가를 모시는 이유도 재단 운영을 위한 기금모금에 읍소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있다. 내 돈 아까우면 남의 돈도 아까운 법이다. 경향 각지에서 십시일반으로 장학기금을 기탁하는 분들이 무슨 혜택이나 댓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내장객이 늘어나는 것을 기회로 주민이 인근 휴경지에 식당을 지어 영업이 호황을 누리면 골프장 유치가 그 휴경지 소유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재개발원이 들어서면서 가는 길목의 땅값이 올랐다면 군수가 주변 땅값을 올려주기 위한 것이란 말인가. 군민장학재단에 장학금을 기탁한 이의 숭고한 뜻을 기탁을 빙자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청탁성 뇌물로 폄훼해야 한단 말인가.

시민축구단 광고 협찬이 제3자 뇌물이라는 정치적 현실을 보면서 지방자치시대의 투자유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성남FC와 경남FC, 인천FC처럼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축구단은 시도지사가 구단주다. 구단은 시도 지원금과 광고주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구단 운영이 인구 유입 및 취업 기회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아까운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다. 축구단에 대한 광고 협찬이 시도지사에게 준 뇌물로 본다면 이 시간에도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고 지역 내에 기업과 기관을 끌어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은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기업유치 노력은 그것이 일자리를 만들고 세수를 늘리고 인구 늘리기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적극 행정을 통해 기업을 유치하고 광고 후원을 받은 게 정치적 이득을 본 제3자 뇌물로 운운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기업유치로 지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의 인기가 올라간다면 이 또한 정치적 이득일 수는 있다. 이는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유치로 인해 얻어진 부수적인 정치 이득일 뿐이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알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는 과정의 정치적 이득이 제3자 뇌물이나 배임에 해당된다면 대한민국 모든 자치단체장은 범죄자가 되고 그를 뽑아준 주민은 범죄 저지르는데 동조한 꼴이 된다. 박수쳐도 모자랄 판에 일하지 말라고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우스운 꼴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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