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차별없는 태양 다시 시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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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차별없는 태양 다시 시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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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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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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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맞는 해이지만 새해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 같지 않다. 일생지계는 재어유(一生之計 在於幼)하고 백년지계는 재어춘(百年之計 在於春)하고 일일지계는 재어인(一日之計 在於寅)하니 유이불학이면 노무소지(幼而不學 老無所知)요 춘약불경 추무소망(春若不耕 秋無所望)이요 인약불기 일무소변(寅若不起 日無所辨)이니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의 할 일이 없다.

그리고 1년 만을 계획이라면 곡식을 심고 10년만을 위한 계획이라면 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백 년을 위한 계획이라면 사람을 가르치라 했다.

2022년의 12월 30일의 해와 2023년 1월 1일의 해가 다를 바가, 없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출은 우리네 삶의 경계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하루 일을 마감한다. 그런 일이 일출(日出)을 경계로 평생 되풀이된다. 수평으로 누워 자고 있다가 해가 뜨면 수직으로 일어나 일터로 나간다. 진종일 열심히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수평으로 잠자리에 든다. 하루 단위로 되풀이되는 수평과 수직을 확장하면 인생이 된다. 갓난아이 때는 수평으로 누워 있다가 기고 걷는 과정을 거쳐 인간은 수직으로 성장한다. 늙으면 등이 굽거나 허리가 휘고 운명을 다하면 다시 수평 상태로 돌아가 영면을 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날마다 되풀이되는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축약이다.

하루를 잘사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을 잘 사는 것이다. 일출을 보며 사람들은 차별화도니 인생을 갈망하지만, 태양은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빛을 나누어 준다.

가난하다고 빛을 주지 않고 못생겼다고 빛을 거두지 않는다. 맑은 물에도 내려앉고 더러운 물에도 내려앉는다. 키가 큰 나무도 감싸주고 키가 작은 나무도 감싸준다. 그렇게 태양은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는 광원(光源)이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빛을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줌으로써 태양계의 생명 활동이 유지되게 한다. 그렇듯 평등한 태양 앞에서 남보다 잘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 나에게만 각별한 빛을 달라고 차별을 기원하는 일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태양으로부터 발산되는 빛은 만물에 대한 긍정의 상징이다. 차별하지 않는 태양 앞에서 차별을 기원하는 자세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태양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별이 아니라 긍정과 포용 그것으로 태양의 마음을 닮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밝은 햇살의 어느 구석에도 부정적인 기운이 없으니 태양의 마음은 막힘이 없는 무한 열림이다. 구태의연한 우리 마음의 자화상 태양 앞에 드러내고 부정적인 기운을 건조 시켜야겠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하는 새해 태양의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태양의 마음으로 주변을 감싸주고 태양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져야겠다. 태양의 마음 그것이 곧 차별 없는 무한 사랑이다.

새해가 오거나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곤 하죠. 그러나 결심만 한다고 했던가. 우물쭈물하다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곤 하는 것이 나의 새 다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또다시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과거의 경험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다시 출발하려는 마음을 망설이게 하고 체념하게 한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새 출발의 의미를 새겨주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그중 몇 개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면서 남의 마음도 새롭게 다잡아 보려 한다. 종이부시(終而復始)-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먼저는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는 뜻의 종이부시가 있다. 『근사록』에서는 천하의 이치는 끝나면 다시 시작된다(天下之理 終而復始)고 했다. 손자병법에서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것은 해와 달이 지면 다시 뜨는 것과 같다(終而復始 日月是也)고 했다.

모든 만물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고 해가 지면 반대편에서 해가 뜨기 시작한다. 가을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겨울이 시작되고 낮이 끝나는 순간 밤이 생긴다. 모든 존재와 현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끝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있을 뿐이다.

인생도 하나의 일이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신영복 선생은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고 했다. 삶은 날마다 새로운 시작이고 날마다 새로운 출발이다. 하나의 일이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새로운 일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때 지나간 것들에 너무 연연하거나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과거의 일은 그것이 어떻게 끝맺었든 그것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고 새로운 일은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의미가 있을 따름이다. 새로운 시작에 새로운 마음을 담아 새로운 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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