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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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탈바꿈
  • 장강뉴스
  • 승인 2023.01.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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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주윤정 교수
주윤정 교수

재난과 불평등

네팔 대지진에 관한 다큐를 보았다. 2015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네팔 전역에서 8,964명이 사망했다. 빙하가 흔들려 산사태가 발생해서 랑탕 계곡에서는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지진을 경험한 서양인 여행자들의 시각과 그리고 현지인들의 시각이 교차한다. 랑탕 계곡에 지진 이후 처음으로 들어온 헬기는 서양인들이 자신들이 이동하기 위해 사설 헬기였다.

그래서 구조 헬기는 계곡에 중증으로 부상당한 이들을 버려두고, 헬기를 부른 서양인들만을 태우려고 했다.

그때 마을 사람들과 다른 서양인 여행자들이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이 당장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을 내버려두고 타려는 상황에 분노해 헬기를 부른 서양인 관광객들과 조종사를 설득해서 시급한 이들을 먼저 운송하도록 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지진을 만난 한 서양인은 자신이 먼저 구조되는 것이 특권도 아니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했고, 보험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해서 최고의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한다.

네팔 사회에 속하지 않은 일부 서양인 관광객들은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네팔인들의 슬픔과 고통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살 길만을 추구했다.

산사태로 가족을 다 잃은 네팔인들은 이런 재난은 관광객이 늘고 개발이 되기 때문에 자연과 신이 노한 것이라고 말한다.

네팔인들에게 히말라야는 신성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독자적인 산업이 없는 네팔의 경제에서 해외 관광객이 없다면 내수 경제는 돌아가지 않기에, 네팔인들은 재난을 숙명으로 여기고 삶을 견디어 간다.

이렇듯 재난은 전지구적 불평등의 모습을 가혹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드러낸다. 네팔의 대지진과 빙하로 인한 산사태는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다.

재난 이후 사회

2022년 한국 사회에도 여름의 폭우, 힌남노로 인한 포항의 침수, 이태원 참사, 한파 등 다양한 재난이 있었다.

비교적 안전한 나라인 한국에서도 자연 재난과 사회 재난의 발생은 끊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여러 재난의 경험을 통해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역량을 구축해오고 있다.

2003년의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의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분명 변화했다.

연이은 재난들은 재난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강화시켰으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며 시민의식을 고양시켰다. 한국 사회는 분명 재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각자도생만으로 버티어 내고 있지 않다.

지난 가을 이태원에서 참사로 인해 158명이 사망했고, 그중 상당수가 청년이다. 이 사회적 재난 이후, 우리 사회는 숙명이나 불운, 각자도생, 그리고 혐오와 불신이 아닌 길을 찾아야할 책무가 있다.

우리 살아남은 이들은 공동의 연대, 협력과 신뢰의 구축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탈바꿈'을 통해 재난의 연쇄를 넘어갈 지혜와 사회적 역량을 키울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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