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슬픈 누나 감동의 실화(悲妹感動実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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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슬픈 누나 감동의 실화(悲妹感動実話)
  • 장강뉴스
  • 승인 2022.1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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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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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에 장녀(長女)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남의 집 식모로 팔려 간, 몇 푼 되지도 않은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머리가 커지자 봉제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시다바리부터 시작해서 잠도 못 자면서, 죽어라고 일만 하던 누님이 계셨지요.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 쓰는 것도 아까워 안 사 쓰고 돈을 버는 대로 고향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답니다.

그 많은 먼지를 하얗게 머리에 뒤집어쓰고 몸은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소처럼 일만 해서 동생 셋을 대학교까지 보내서 제대로 키웠어요. 이 누나는 시집가는 것도 아까워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감내하며 숙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늙어 간다.

그러다가 몸이 이상해서 약국에서 약으로 버티다가 결국은 쓰러져 동료들이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갔는데 위암 말기라는 판정을 듣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술을 해서 위를 잘라내면 살수있다고 했답니다.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동생아, 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3,000만원 정도 든단다.” 동생이 골프를 치다말고 말합니다. “누나, 내가 3만불이 어딨어” 누나는 “ 알았다, 미안하다” 없이 전화를 끊습니다. 둘째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둘째 동생은 변호사입니다. “ 생아,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네. 어떠하니” 둘째가 말합니다. “누나, 요즘 수입이 없어서 많이 힘드네”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사정을 애기하자, 막일을 하며 힘겹게 사는 동생이 부인과 함께 단숨에 뛰어왔습니다. “누나, 집 보증금을 빼 왔어, 이걸로 수술합시다” 누나는 막내의 사정을 빤히 알고 있기에 그냥 두 부부를 부등켜 안고 울기만 합니다.

수술하기 전날 밤 보호자 침대에서 잠이 든 올케를 바라보던 누나는 조심스럽게 옷을 갈아입고 안개속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횡단보도에 서 있던 누나는 자동차 불빛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누나는 한 많은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맙니다. 올케는 꿈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이는 누나의 손길이 느껴져 놀라 깨어보니, 누나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빈 침대 위에 놓여진 편지를 봅니다.

몇 줄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막내야, 올케야, 고맙다. 죽어서도 너희들을 지켜주마. 내가 그나마 죽기 전에 보험을 들어놓아서 이거라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누나가 죽자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다른 동생들은 누나의 사망보험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막내를 협박합니다. “우리와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 법적인 모든 것을 동원하겠다.” 형수들과 함께 욕을 하며 위협을 가합니다. 결국은 법정 다툼으로 갔습니다.

막내는 그냥 줘버릴까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나의 피 값을 지키고 싶었던 막내는 결국은 소송을 시작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친구가 변론을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몇 개월의 소송 끝에 판결을 받습니다.

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누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를 읽어주자, 형들은 두말하지 않고 밖으로 나갑니다.

삶이 그러더군요. 친구의 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곤궁에 처해 도움의 손길을 비칠 때 그 사람의 본심이 드러납니다.

좋을 때 잘하는 것은 짐승이라도 잘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간다 싶으면 외면해 버리는 게 인심입니다.

이렇게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그 누님은 성자와 같은 삶을 살다가 그렇게 죽어갑니다. 살아 있을 때 효(孝)를 다하고 의(義)를 다하고 예(禮)를 다하고 정성(精誠)을 다하고 어려울 때 성심으로 대하는 참된 우정과 사랑을 베풀고 나눌 수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입니다.

60~70년대 산업화를 이끌던 우리의 누나들, 형님들, 그리고 썩어 문드러져 가면서 굶주려 밑거름이 되어 주신 부모님들의 세대들께 다시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며 오늘날 극도의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눈물겨운 실화이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부모님의 배는 줄이는 꼴꼴 소리는 들어도 우선 자식부터 먹이는 것이며 추운 겨울 눈밭에서 자식을 품에 안고 죽어도 자식은 살아 있으며 불구덩 속에 자식을 구하려고 들어가는 부모님을 생각하여 보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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