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이청득심(以聽得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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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이청득심(以聽得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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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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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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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심야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최악의 압사 참사로 인해 156명이 숨지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식 가진 부모라면 가슴 미어질 수밖에 없죠. 못다 핀 아들딸들아 청춘은 죄 없다. 국가가 국민을 못 지켰다. 1일부터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딸아, 딸아 어떻하니” 정말 통곡, 오열~.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렴...”

귀를 기울리 면 즉 경청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논어 가르침인 이청득심의 유래는 노나라 임금의 바닷새 이야기에서 알 수 있다. 중국 노나라 왕이 바닷새를 비궁 안으로 데려와 술과 육에 진미를 권하고 풍악과 무희 등 융숭한 대접을 했는데 바닷새는 어리둥절해 슬퍼하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고 한다.

아무리 나한테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나라 임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이 바닷새에게도 좋은 것이라 착각한 나머지 바닷새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다.

진심을 다해 경청해야 상대방의 이야기나 심정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아집이나 독선만 내세우다가는 이러한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나의 주장만 내세워 상대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말은 뱉는 동시에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말은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어서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는 사람의 귀로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말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하라. 우리 신체부위 중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아니겠는가. 한자 언(言)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언(言)에는 깊은 뜻이 숨어 있는데 두(二) 번 생각하고 말을 해야 비로소 말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聽(들을 청)을 풀이해 보면 왕의 귀(耳+王)로 듣고 열 개의 눈(十+目)으로 보고 하나(一) 된 마음(心)으로 대하라. 말은 적게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진심을 다해서 잘 들으라는 말이다. 주의를 기울여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의미하는 경청(傾聽)은 단순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신뢰를 만들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입이 아니라 귀라는 의미이다.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듣는 기술이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소통이 중요하다.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설 곳이 없다. 부모로서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자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자녀의 작은 목소리를 귀가 아닌 가슴으로 증폭시켜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중학생 20% 정도는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 된다고 답을 했다. 인터넷과 휴대폰 전화로 또래 집단 간의 의사소통에는 익숙하지만, 집에서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자녀의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다가서서 부모의 느낌을 말할 뿐 자녀를 탓하지 않는 기술, 즉 나-전달법으로 어깨와 시선을 맞추고 몸을 약간 앞으로 숙여 전적으로 주위를 기울이기, 말 도중에 끼어들지 않기, ‘으음, 그래, 그랬구나’ 등 듣고 있다는 것에 확신주기, 감정에 귀 기울이며 인정하고 격려하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1분간 말하고 2분 동안 그 뒤 3분은 생각해 보자. 지금부터 말을 줄이고 귀를 크게 열어 상대의 마음을 보자. 이것이야말로 상대방과 나의 소통의 출발이며 소통을 통해 보다나은 나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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