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다정한 친구(多情親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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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다정한 친구(多情親舊)
  • 장강뉴스
  • 승인 2022.10.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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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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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두고 가깝게 사귀는 사람 벗 친구 친우를 말한다. 저 혼자서 가만이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진정한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 의문을 스스로 가져볼 때마다 전 허탈한 마음 가눌 길 없다. 한손으로도 꼽을 만큼 아주 적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어찌 내 인생을 윤택하다 하겠습니까.

또 반대로 나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해 볼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도 생각해본다. 여러 친구들의 얼굴을 차례대로 떠올려보지만 안타깝게도 전 고개를 가로 저울 수밖에...

사람들 간의 교제에 있어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언제나 조용히 서로의 가슴을 포근히 어루만져 주는 우정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정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야 한다. 또한, 절제되고 고른 정열이며 아주 매끄럽고 보드라운 감정이다. 그러기에 친구란 귀중한 존재이다. 이러한 친구가 없이 일생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하고 힘겨운 일이 되겠습니까.

참다운 친구가 있다면 언제나 그는 당신의 잘못을 힐책해 주며 때로는 위로는 위로가 되어주며 힘을 빌려주기도 하며 또 때로는 동지가 되어주고 반려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부모나 형제보다 더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존재이다. 때문에, 우리는 부모형제에게 는 말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친구에게는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사람됨을 알고자 하면 그 친구가 누구인가를 알아보라는 옛말도 바로 이러한 뜻에서 세삼 되새겨본다. 그래서 이로운 벗에 셋이 있고 해로운 벗에 셋이 있다는 것이다.

경험론의 창시자 베이컨은 이런 말을 했다. “친구가 없는 삶은 인생을 하직하는 게 좋다.” 너무 극단적인 말이긴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친구란 얼마나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사실 제가 생각할 때도 남자든 여자든 진정한 친구를 갖지 못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일 것 같다. 세상에는 많은 친구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무엇보다 부럽단다.

재물이나 학식이 높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보다 말이다. 서양속담에 백 명의 친구는 모자라도 한 명의 원수는 벅차다, 란 말이 있다. 친구란 어떤 친구도 좋은 것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도 좋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친구도 또 그런만큼 좋은 것이다. 우리는 흉 허물없는 친구 사이를 가리킬 때 흔히들 죽마고우(竹馬故友), 대말을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으로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며 친하게 지내온 벗을 말한다.

금란지교(金蘭之交) 극히 친한 사이, 수어지교(水魚之交)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는 사이, 도원결의(桃園結義) 의형제를 맺음, 관포지교(管鮑之交) 중국 춘추시대의 관중과 포숙아 같은 사귐이라는 뜻으로 아주 친한 사이의 다정한 교제를 일컬음을 뜻하는 말들로 모두 다 참다운 우정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부처님 말씀에 좋은 친구란 첫째 상대방의 잘못을 보면 일깨워 주고 둘째 좋은 일을 보면 마음속 깊이 기뻐하며 셋째 괴로움에 처했을 때 서로 버리지 않는 사람, 그렇다.

그러한 친구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정말 여간 든든하게 아니겠지요. 두 친구가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고자 서로를 격려했다.

마침내 한 친구가 과거에 급제했다. 그가 지방 수령에 부임하여 떠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친구는 과거에 계속 떨어져 매우 빈궁하게 지냈다. 당장 먹을 양식이 없자 그 친구는 수령으로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토록 다정했던 친구가 전혀 반기지를 않는게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문전박대였다. 사정 이야기를 할 틈도 없이 그 집에서 쫓겨난 선비는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두고 보자, 이 서러움을 내가 반드시 출세하여 갚으마” 그렇게 마음먹은 선비는 그 길로 바로 절로 들어가 공부에 전념하였다. 그 때문인지 다음 과거에는 급제했다.

금의환향하여 집으로 돌아 와 보니 수령으로 있는 친구가 찾아와 있었다. 선비가 노려보자, 그 친구는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자네를 분발하게 하느라고 그토록 매정하게 굴었던 것이니 너무 섭섭히 생각 말게나” 나중에 알고 보니 집안 식구들의 양식도 이미 그 친구가 다 대주고 있었던 터이다.

그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벌써 다 굶어 죽고 말았을 것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선비는 그 친구의 손을 잡았다.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음을 두말할 나위 없겠지요. 우정은 우리 삶에 오아시스 같은 것이다.

참된 친구가 없는 것이야말로 비참한 고독이며 그러한 세계는 황무지이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다 보니 오늘날에 있어 친구의 종류는 무척이나 많아졌다. 고향친구가 있고 학교 동창이 있고 취미생활을 통하여 만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사업상으로 친교를 맺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진실한 벗이란 그 많은 친구 모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고통을 나누어 가지며 기븐일이 있을 때 같이 기뻐하는 그런 벗이어야 참다운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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