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기쁨과 쾌락(喜樂 快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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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기쁨과 쾌락(喜樂 快樂)
  • 장강뉴스
  • 승인 2022.07.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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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현대 심리학의 대가 에리히 프롬은 기쁨이란 삶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기쁨은 우리의 삶 속에서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 중 자연스럽게 경험되어지는 감정으로 우리 삶을 지속적으로 비춰주는 빛과 같은 존재다.

최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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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쾌락은 말초적 흥분을 일으킬 뿐 쉽게 사라져 버리고 남은 공간을 슬픔으로 채워버린다. 그리고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더 강한 쾌락을 요구하고 마약과 같이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만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기쁨이 사라진 쾌락의 시대에 살고 있기때문에 그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과 재물 성적 쾌락 인기 외모가 최고 가치로 전락한 현대는 자살 이혼 우울증 사기 등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기쁨을 찾기엔 너무 삭막해져 버린 세상이다. 뉴스를 진행하던 메인 앵커가,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인기를 누리던 운동선수가, 팬들의 사랑 속에 승승장구하던 연예인이, 법을 집행하고 판결해야 하는 판사까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탄식이 나온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많은 노고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을 것이고 그 지위나 인상을 보면 도저히 그런 일을 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 왜 그들은 쾌락을 추구하다 무너지는 것일까. 들어가 보면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랑받지 못해서 위로받으려고 행하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나이가 들어서도 그를 옥죄이며 끌고 다니기도 하고 사춘기에나 행하던 나쁜 짓을 나이가 들어서도 버리지 못해 쌓아놓은 모든 명예가 처참하게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쾌락의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긴장을 풀고 쾌락에 몸을 던지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그곳으로 방향을 잡게 만든다. 쾌락의 첫입은 정말 맛있다. 그런데 몇 입 먹기 시작하며 질린다. 성(性)도 그렇고 마약도 그렇다. 그것을 넘어 참 기쁨에 이르려면 깊은 고통을 통과해야 한다.

아픔을 넘어서서 누리는 평안과 성취감은 내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참 기쁨을 안겨준다. 쾌락은 그 순간이고 길게 간직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결국, 그 농도를 점점 높여야 하고 권태와 절망으로 전락시키고 만다. 쾌락은 그 순간이 지나면 아픔과 초라함이 엄습하여 벗어나기 힘든 절망감까지 찾아든다.

현대사회에 만연된 쾌락과 새로운 자극의 충족은 사람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하고 소금물을 마신 것처럼 갈증이 점점 심해진다. 쾌락을 행복으로 착각하면서 쾌락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늘 제자리 달리기를 하면서 행복이란 없다고 결정지어 버리고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여전히 기쁨을 찾는 존재들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세상에 빛을 밝히고 있다.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의 즐거운 마음이나 느낌이다. 그래서 쾌락과 기쁨의 의미가 혼동되기도 한다. 세상적인 즐거움 뒤에는 흔히 우울함이 따르지만 진정한 기쁨은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선물이라서 평안을 주고 주위를 따뜻하게 해준다.

쾌락은 자신의 만족만을 추구하지만 기쁨은 자기희생에서 출발하여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얻어진다. 기쁨은 의도적으로 제작될 수 없고 들에 피어나는 꽃처럼 삶의 주변에서 의도하지 않은데 서 자연스럽게 터져 오르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너무 생각이 많고 진지해서 웃어야 할 때를 놓치고 산다. 기쁨은 생명의 다른 얼굴이다. 외국 전쟁 영화에 머리 위로 총알이 스쳐 지나가는 험악한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 유머를 던지면 함께 웃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려움을 어둡게 처리하지 않고 즐거움으로 받아넘길 줄 아는 여유로움이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기쁨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기쁨을 알아채고 반응하는 감수성이 살아 있어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긍정적인 반응을 하면 된다. 웃을 일에 웄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다. 병든 마음은 경쾌한 음악이 울려도 춤을 추지 못하고 병든 사회는 웃음을 잃어버린 곳이다.

그래서 웃음을 잃어버리면 기쁨 대신 인위적으로 짜내려고 하는 쾌락을 추구한다. 쾌락은 일시적으로 즐거움을 주긴 하지만 온전한 기쁨이 아니다. 유사 기쁨이고 쓰디쓴 기쁨이다. 쾌락을 추구할수록 기쁨에 대한 목마름은 더 깊어져 간다.

흔히 겪는 우울증은 쾌락의 끝에서 만족하지 못할 때 밀려드는 침울함이다. 기쁨에는 돈이 필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돈을 거부한다. 쾌락은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탐욕스러운 기쁨이고 절제되지 않은 욕구다. 기쁨은 우리 안에 있다.

기쁨이 충분한 가치를 얻으려면 작은 기쁨부터 누군가와 나누어 가져야 한다. 내가 먼저 기뻐하고 행복해할 때 하는 일도 잘 되고 사람들도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한다.

사랑은 기분이 좋고 즐거움이다. 사랑은 감성의 만족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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