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의서(醫書)를 저술하던 다산의 인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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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의서(醫書)를 저술하던 다산의 인간 사랑
  • 장강뉴스
  • 승인 2022.04.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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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가 창궐하여 국민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떨며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 3년째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어서 쉽게 극복해내지 못할 형편입니다.

국가적인 고난이기도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당하는 고난이어서 근본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고난 극복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박석무
박석무

K-방역이라 하여 그런대로 잘 대처해준 정부에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나 못마땅한 생각을 버리지 못합니다.

다산 정약용은 역병이 만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목민심서』의 여러 편에서 상세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질병의 발생 이전에 미리 예방해야 할 방법까지 강구해 놓았고, 발병 뒤라면 치료할 의약품까지도 목민관은 개발해내는 정성을 기울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을 돌보고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목민관은 무서운 전염병에서 생명을 구하여 안전한 건강 생활을 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문신(文臣)들이란 글이나 읽고 시부나 짓다가 목민관의 임무를 맡게 되면 질병의 치료법이나 의약품을 개발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다산은 특별했습니다.

감옥에서의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유배객으로 유배 초기에 백성들의 건강을 위해 의서를 저술하던 다산의 인간 사랑의 정신을 살펴보면서, 그의 위대함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촌병혹치(村病或治)』라는 의서를 저술하던 동기와 과정을 기술한 「촌병혹치서(村病或治序)」라는 글을 읽어 봅니다. “내가 장기에 온 지 몇 달이 지나자 집 아이가 의서 수십 권과 약초 한 상자를 보내왔다. … 하루는 객관을 지키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의 아들이 부탁했다.

‘장기의 풍속은 병이 들면 무당을 시켜서 푸닥거리만 하고, 그래도 효험이 없으면 뱀을 먹고, 뱀을 먹고도 효험이 없으면 그냥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그대가 보신 의서로 이 궁벽한 고장에 은혜를 베풀지 않으십니까?’, ‘좋다. 그대의 말에 따라 의서를 하나 만들겠다.’ 이에 『본초강목』을 참고하고 몇 개의 의서에서 뽑아 40여 장의 책을 만들었다. 이름을 『촌병혹치』라고 했다.

촌(村)이란 비속하게 여겨서 하는 말이고, ‘혹(或)’이란 의심을 풀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 그러나 참고할 의서가 너무 없어 어쩔 수 없다.

뒷날에 내가 다행히 귀양이 풀려 돌아가게 되면 이 범례를 따라 널리 고찰할 것이니, 그때는 ‘혹’이라는 이름을 고칠 것이다. … 세상을 깨우치고 건강을 보호하려는 나의 깊은 뜻이 깃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산의 문집에 서문만 실려 있고, 책은 전해지지 않는 비운의 책입니다. 그러나 이 짤막한 서문만 보아도 생명을 구하고 질병 퇴치에 마음 조리던 다산의 백성 사랑 생각을 넉넉하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책이라는 자신이 없어 ‘혹 나을 수도 있다’라는 뜻에서 혹이라 했고, 하잘 것 없는 시골에서 나온 저술이라는 겸양의 뜻으로 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니, 그의 겸양지덕도 알아볼 만합니다.

애초에 다산은 의술에 밝은 선비였습니다. 그가 곡산도호부사 시절에는 『마과회통』이라는 홍역 치료 방약을 저술했고, 『종두설(種痘說)』에서 두질(痘疾) 예방 방법을 창안하기도 했습니다. 뒷날 해배 뒤에는 임금의 환후를 치료하는 궁중 어의의 대접을 받는 최고 의원의 수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유배 초기 자신의 개인 건강과 몸 보살피기에도 어려운 때에, 모두를 위한 의서를 저술하는 그의 정신은 분명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들, 그런 정신으로 지혜를 발휘하여 가능한 빨리 역병 종결에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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