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오징어게임 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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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오징어게임 실사
  • 장강뉴스
  • 승인 2021.11.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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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건(국립안동대학교 교수)

VIP의 설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기사가 점점 사라진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록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기록은 무의미하다.

전성건
전성건

신문과 포털에 무의미한 기록이 가득하다. ?정치의 계절, 부끄러운 시간?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정치 편향에 따른 기사가 가득하다. 자본의 논리가 기자의 진실성을 단축시키고 있다.

우리말은 아름답다. 세계의 언어학자치고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극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는 것은 이른바 황색잡지만이 아닌 듯하다. 앞뒤 문장을 자르고 손질해서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쓴다. 진실과 거짓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목을 끌어 조회수가 올라가면 그만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꽃이라고 한다. 2021년 국정감사는 이른바 대장동게이트에 대한 것으로 파행을 겪었다. 국회위원들은 서로 삿대질과 비웃음으로 자신들의 민낯을 국민에게 보이고, 그것이 자랑인양 막말을 떠들어댄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동양의 문화는 수치심(shame culture)를 가지고 있고, 서양은 죄책감 문화(guilt culture)를 가졌다고 평가한다.

주군에게 은혜를 입고도 기리(義理)를 실천하지 못한 것을 수치로 여기는 일본인과 원죄(original sin)라는 관념 속에서 생긴 죄의식을 갖게 되는 미국인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듯하다.

우리는 예의염치가 상식인 공정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예의염치라는 상식이 있기에 부끄러울 수 있고, 공정사회를 추구하기에 법적질서를 지킬 수 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 등장하는 우리의 호스트와 프론트맨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부끄럼도 없고 법치의식도 없는 듯하다. 온통 VIP의 설계에 분주할 뿐이다.

게임의 말[馬]

유교는 수기치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수기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맑은 거울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적 욕망을 제거함으로써 공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사람을 다스린다는 것은 국민을 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는 행위이다.

지도자는 자기성찰을 통한 자기성숙을 도모해야 한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상식이 없는 지도자가 많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공자의 명언이다. 배운다는 것은 상식을 얻는 것이다.

상식만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소득이 없고, 생각만 하고 상식이 없으면 위험하다. 독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우고 생각하는 데에는 독서만한 것이 없다.

독서하는 사람은 자신의 언어로 사고하지만,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언어로 생각한다. 자유는 자신의 언어로 사고하고 행동할 때 완성된다.

국민이 각자 자신의 언어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것도 위정자의 몫이다. 나라를 걱정하지 않게 해주고 세금을 적게 거두면 된다.

대장동과 화천대유, 개to사과와 王字손바닥, 공천협박과 조폭열루 등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너나할 것 없이 VIP에만 관심이 있지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는 말[馬]을 구제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세금은 많이 걷혔다고 하는데, 선진국 1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재난지원금을 덜 푼 국가는 없다고 한다.

“백성이 귀중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고, 군주는 가볍다.” 맹자의 명언이다. 말[馬]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VIP가 되고, VIP의 신임을 얻는 사람이 고위직 관리가 되고, 고위직 관리의 신임을 얻는 사람이 하위직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세금을 적게 거두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게 해주면 그만이다. 그것이 상식이고 논리이다.

헌법재판소는 사법농단에 관여한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임기만료로 퇴직했기 때문이란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헌법위반행위와 임기만료퇴직의 경중을 법리로 다툴만한 것이 있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궁금하다.

오징어게임의 VIP와 말[馬]은 우리사회의 실사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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