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가꿔나가는 깊어지는 사랑(愛情)
상태바
장강칼럼 - 가꿔나가는 깊어지는 사랑(愛情)
  • 장강뉴스
  • 승인 2021.06.21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일중 논설위원

광주 학동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5층짜리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멈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졌다. 사고현장은 내 집에서 불과 5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아빠 버스 탓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 그날 사고 나기 20여 분 전 통화는 마지막이 됐다. 운구행렬에 앞서던 그가 연신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라며 울부짖었다.

최일중
최일중

옛날에 전쟁에서 성을 빼앗은 장수가 여자들과 아이들은 살려주려고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 성안에 있는 여자와 아이들은 자기가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보물을 하나씩만 가지고 성 밖으로 나가라”라는 명령이었다.

사람들은 각자 소중하다고 여기는 보물을 가지고 성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한 여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덩치 큰 남편을 업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군인들은 명령을 어겼다고 둘 다 죽이려고 했다. 그러자 그 여인은 “훌륭하신 장군께서 각자 소중한 보물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저에게는 남편이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장군께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군인들도 어쩔 수 없이 그 여인과 남편을 성 밖으로 나가게 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는 말이다.

플라톤은 사랑을 에로스, 필리아게, 스트라게드를, 아가페 4단계로 나누면서 헌신적이며 무조건적이며 이타적인 사랑을 아가페, 인간을 향한 신의 사랑이라고 규정했다.

신의 사랑인 아가페 사랑을 한 잔 떠서 사람의 마음에 담아 놓은 것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사랑의 본성에 심어져 있기에 자식을 낳은 후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그 마음에서 나온다.

그런데 부부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부부 사랑은 가꿔나가는 자라나는 사랑이다. 깊은 셈에서 물을 얻으려 함께 지혜와 지식과 마음을 모으는 사랑이 부부간의 사랑이다.

마치 사랑이라는 한 송이의 꽃을 돌보며 아껴주며 감싸주며 물을 주어 자라게 하는 것과 같다. 그게 부부간의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얻은 부부의 얼굴에는 항상 평안함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남녀가 그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라는 교훈은 부부간의 사랑의 비밀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육체가 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는 것으로 부부간의 결합과 함께 운명공동체의 삶임을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이 몸은 오장육부를 비롯해 발과 손과 눈과 귀 등 각각의 지체로 이뤄져 있다. 각 지체의 역할은 다르지만 모든 지체가 하나가 될 때 건강하며 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부간의 사랑도 그렇다. 둘이면서 하나가 될 때 부부간의 사랑의 힘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이 비밀은 오묘하고 신비롭다. 이스라엘의 최대 번영을 이끌면서 처첩을 1,000명을 두었던 지혜의 왕 솔로몬이 가장 사랑했던 부인은 술람미 여인이었다.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향한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지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치 못하나니”라고 노래했다.

부부간의 사랑은 함께 키워가며 함께 성장해 가는 사랑이기에 누구도 알 수 없다. 부부간의 사랑은 마치 양쪽에 줄을 달아둔 두레박을 이용해 깊은 샘의 물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이라는 깊은 샘물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부의 조화로운 마음의 호흡이 중요하다. 많은 실패를 통해 얻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짧은 시간에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혼인율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혼인과 이혼 통계에 따르면 2019 혼인 건수는 전 년 대비 7.2% 줄어든 23만9천200건이며 이혼은 전 년 대비 2% 늘어난 11만8천 건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혼인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는 것은 젊은 층의 가치관 변화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주거비 부담과 같은 사회경제적 이유 등 복합적인 영향 때문이다. 혼인율 대비 이혼율은 5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혼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부부의 이혼은 부부간 사랑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부부간의 사랑은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의 노력에 의해 키워 나가는 사랑이다.

그러면 사랑을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 번째는 오래 참음이다. 오래 참지 못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은 오래 참아야 한다. 그리고 온유(겸손)하고 투기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으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으며 악한 것도 생각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사랑이라는 결실을 맞는다. 부부간의 사랑이 죽음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첫눈에 반하는 마약과 같은 사랑도 아닌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사랑을 거두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일반론적으로 말한다. 마찬가지로 신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신의 사랑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랑을 받아 본 사람만이 신적인 성품에 참여할 수 있는 힘, 신의 사랑을 닮아 갈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