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김현철(작천면 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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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현철(작천면 부면장)
  • 장강뉴스 기자
  • 승인 2015.09.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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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대원사 왕복종주의 모험

▲ 김현철
건강을 위한 자연치유(healing)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산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산 저산 기웃거리다가 최종적으로 지리산 노고단에서 천왕봉 종주(25.5㎞)를 마치 진정한 산꾼이 되는 통과의례처럼 생각하고 도전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표 등산로인 지리산의 주능선을 포함하고 있는 화-대종주 등산로는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경남 산청군 대원사에 이르는 46㎞의 장쾌한 등산로로 대한민국 산꾼들 사이에서는 설악산의 서북릉선(남교리-귀때기청-중청)덕유산의 육십령-구천동 종주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종주 등산로로 널리 알려졌다. 지리산의 태극 종주(90.5㎞) 다음으로 긴 산길이다.
어느 여름날 3일에 거쳐 태극종주를 완성했고 주능선과 화엄사 대원사구간을 겨울날 눈보라와 맞서며 종주 한 바 있다. 화엄사-대원사 구간을 이틀 만에 왕복(92㎞)하기로 의기투합하고 절친한 산 친구 두 분과 실행에 들어간다. 야영할 장비와 약간의 간식과 식량을 준비하고 금요일 오후 퇴근과 동시에 구례군 화엄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도착하면 어슴푸레한 어둠이 산사의 계곡을 엄습한다. 술 한 모금 머금고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아름답지만, 내일 운행 할 일이 걱정이다. 아침을 일찍 해결하고 6시경 출발한다. 20㎏이 넘는 하중이 어깨를 짓누른다. 출발부터 급경사구간“코재”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경사가 급하다해서 이름 부쳐졌다고 한다.
노고단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만복대 능선이 남원 덕두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하동 성제봉에서 출발한 산줄기가 삼신봉을 거쳐 세석평전까지 이어진다. 앞에는 반야봉, 촛대봉, 영신봉을 비롯한 1,000m가 넘는 산군들이 늘어서 있고 맨 끝자락에 천왕봉이 마침표를 찍듯 솟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앞을 볼 겨를이 없다. 마주 오는 사람과 인사도 하지 않고 땅만 보고 걷는다. 가야할 길은 멀고 무거운 하중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주능선에는 연하천, 벽소령, 장터목 등 대피소와 임걸령샘, 선비샘 등 식수가 풍부함으로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휴식만 취하고 모든 대피소와 샘터는 그냥 스쳐지나간다. 천왕봉에 도착하면 해가 서산에 걸리고 다리는 아프고 어깨는 저려 온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정상에서 소주와 맥주를 혼합하여 이른바 정상주 한잔을 들이켠다. 피곤함과 다리의 고통은 잠시 마취되고 산행의 기운이 다시 꿈틀거린다. 어둠은 짙어지고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차라리 오르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고 밤 9시경에 대원사 윗쪽 유평리에 도착한다. 화엄사 주차장을 출발한 지 15시간이 경과한 시간이다.
탈진해 밥도 술도 들어가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비가오면 내일계획을 포기하기로 의견이 일치한다. 비가 오기를 맘속으로 간절히 바랬지만 속절없이 해는 뜨고 만다. 하늘이 야속하다. 등에 진 배낭의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걷고 있는 것은 물론 숨 쉬는 것조차 의식되지 않는다. 일순간 지리산은 텅 빈 산이 되고 내면의 의식세계도 텅텅 비기 시작한다. 경사지의 계단을 오르며 고통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참을 수 없는 인내와 극기를 넘어서 육신과 정신이 하나 되어야만 맛볼 수 있는 쾌감과 희열의 극치이다.
따라서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교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신비스럽기까지 한 고통의 미학은 내가 산으로 가는 이유이고 모든 산꾼이 산으로 가는 까닭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천신만고 끝에 천왕봉에 도착하지만, 체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렵다. 계획된 종주는 포기하고 세석 대피소에서 하동 의신마을로 탈출하기로 한다 만장일치다. 실패의 원인이 체력훈련과 준비가 소홀했다고 자체 결론을 내리고 철저한 준비 후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다짐한다
지리산은 수많은 계곡과 능선,전설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종주 산행도 좋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도처(臺)산행도 권장해 볼 만하다. 수도처(臺)는 높은 언덕이라서 전망이 좋은 곳으로 천왕봉이나 반야봉이 잘 보인다고 한다. 반야봉을 중심으로 문수대,묘향대,종석대,만복대,금강대,무착대,서산대가 있고 천황봉을 중심으로 향적대,문창대,영신대,소년대,향운대가 있다고 전해진다. 수도처의 공통점은 뒤에 수려한 암벽이 있고 그아래에 석간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지리산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수도처(臺) 산행도 권장하고 싶지만 비등산로 상에 있는 곳이 많아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한다음 실행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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