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칼럼 - 새해 아침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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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칼럼 - 새해 아침의 통찰
  • 장강뉴스
  • 승인 2022.01.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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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중 논설위원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계획하시고 소망하는 일들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이루어지는 멋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최일중
최일중

새해 아침은 너무나 고요하다. 흰 눈처럼 신생아처럼 순수하고 순수할 정도다. 나뭇가지에서 동박새 서너 마리 앉았다가 튕겨 오르자 가지가 흔들거린다.

새해 아침은 청명하고 무상무념의 시간 속에서 침묵할 뿐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영혼의 이마에 차디찬 냉기가 정신을 일깨운다.

임인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교수들이 올해 한국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추천위원단 추천과 예비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사자성어 중 2개씩을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한 결과 총 1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은 묘서동처가 뽑혔다고 하였다.

중국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한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한데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꼬집는다.

이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최교수는 “공직자가 위아래 혹은 민간과 짜고 공사 구분 없이 범법을 도모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아닌가”라며 “기본적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케이크를 취해선 안 되는데 묘서동처의 현실을 올 한해 사회 곳곳 여러 사태에서 목도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추천된 다른 사자성어 중에서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 그다음으로 많은 표(21.1%)를 얻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표현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17.0%로 뒤를 이었다.

지난 계절에 무성했던 것들이 꽁꽁 언 대지에 파고든 일 년 중 가장 추운 정월 사람들은 이제 술에서 깨어 미명의 산에 오른다.

그 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태양은 억겁의 시간 속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우주에 빛을 뿌린다.

이제 우리는 영원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우주의 시간 속에서 한순간 흔들리는 풀잎보다 못한 인간의 시간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인류가 지상에서 살아온 시간과 기껏 백 년도 채우지 못하는 인간의 일생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하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출토하는 인간의 시간이 덧없고 하찮은 것이라는 인식에 이를 때 우리는 비로소 영원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해 아침 우리는 옷깃을 여미며 떠오르는 태양을 산 정상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작고 일순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때 죽어도 죽지 않고 태양처럼 영원한 빛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이라는 것은 단지 시간적인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대단한 학문이다. 예술과 종교 그리고 심오한 깨달음만을 말하지 않는다.

풀과 꽃과 나무처럼 자신을 드러내놓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사람답게 사는 것 또한 영원에 이르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활한 정치인들보다 물욕에 어두운 종교인보다 간교한 기업인보다 명예의 권력과 헛된 욕망을 탐하는 사람들보다 어쩌면 나무처럼 꽃처럼 살아가므로 해서 삶이 기도이고 경전인 사람들이 오히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일 것이다.

지금껏 삼라만상이 생성하여 소멸하는 숱한 시간 속에서 우주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우주의 자연의 질서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 왔다.

그러나 인간만이 독버섯처럼 우주와 자연의 법칙을 어기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구는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앞으로 보다 그 위기가 심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오존층이 파괴되고 이상 기후로 인해 지구는 점점 숨 막혀 시도 때도 없이 연재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한정 없는 욕망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간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멸망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인간이니 참으로 한심하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우리 지구가 영원히 운행을 멈추지 않고 존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새해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작고 초라한 인간의 존재를 인식해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산에서 만나는 나무와 바위와 눈에 덮인 마른 풀처럼 우주와 자연의 법칙이 순응할 수 있는 눈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 숨을 놓는 것을 죽음이라고만 말할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고리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나무와 풀과 지상의 목숨들은 엄동의 혹한조차 생명의 고리를 잇기 위해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많이 일탈해버린 인간의 욕망에 대해 통찰하고 성찰하며 그저 나무와 풀 그리고 바위나 흙처럼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기를 소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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